스페이스X 종이컵 20만원·젓가락 190만원, 진짜 팔려요

스페이스X가 지난 6월 나스닥 상장(티커 SPCX)에 성공한 지 한 달. IPO 열기는 주식 시장을 넘어 이베이(eBay) 중고 장터로 번졌다. IPO 기념 파티에서 나온 종이컵이 개당 20만 원에, 실제 로켓 회수에 사용됐던 젓가락 부품이 190만 원에 거래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제 투자 자산을 넘어 ‘수집품 자산’이 된 것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10일 보도한 이베이 거래 내역에 따르면, 스페이스X IPO 관련 굿즈 시장은 상식을 벗어난 가격대로 작동 중이다. IPO 출시 파티에서 배포된 야광봉 2개 세트가 150달러(약 20만 원), 스페이스X의 S-1 증권신고서를 액자에 넣은 제품이 228달러(약 31만 원)에 올라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품목은 스타십 슈퍼헤비 부스터를 실제로 회수하는 데 사용된 ‘메카질라 젓가락’ 부품을 밀링 가공한 세트로, 가격은 1,400달러(약 190만 원)에 달한다. 팔콘9 카본파이버 스케이트보드는 ‘약간 사용감 있음’ 상태로 1,499달러(약 210만 원)에 리스팅됐다.

이외에도 스페이스X 로켓 이름이 새겨진 펜 5종 세트가 85달러(약 12만 원), 직원 전용 인스턴트 커피 6팩이 100~250달러(약 14만~35만 원)에 리스팅돼 있다. 스타십 주방용 토치가 207달러(약 29만 원)에 실제 판매 완료된 기록도 확인된다. 스페이스X 현장 작업용 검은색 하드햇(Pyramex)은 340달러(약 48만 원). 월마트에서는 ‘Occupy Mars’ 티셔츠가 15달러(약 2만 원)라는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이베이 거품의 규모를 역설한다.

가장 논란을 부른 아이템은 ‘일론 머스크 루키 카드’다. 5,000달러(약 690만 원)라는 가격표가 붙은 이 카드는 스포츠 스타의 루키 카드를 패러디한 팬 제작품으로, 공식 라이선스 상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입찰자가 몰리고 있다. 이 카드는 머스크가 페이팔을 매각한 2002년 당시의 젊은 사진을 사용했으며, 카드 등급을 모방한 ‘PSA 10 – Gem Mint’ 표기까지 들어가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 IPO 역사에서도 이례적이다. 페이스북의 2012년 상장 당시에도 직원용 후디와 사내 카페테리아 머그잔이 이베이에 올라온 적은 있었지만, 1,000달러를 넘는 거래는 극소수였다. 우버·에어비앤비의 경우 기념품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다. 유일한 비교 대상은 1980년 애플 IPO 당시의 종이 주권 실물 거래 시장인데, 당시에도 발행 40년이 지난 후에야 1만 달러 이상의 가격이 형성됐다. 스페이스X는 상장 한 달 만에 그 수준의 프리미엄을 달성한 셈이다.

스페이스X 팬덤의 특징은 단순한 브랜드 충성도를 넘어 ‘임무 참여감’에 가깝다. 스타십 발사를 유튜브로 생중계로 지켜보고, 스타링크 위성을 육안으로 관측하며, 부스터 회수 장면에 환호하는 이들에게 젓가락 부품은 단순한 금속 조각이 아니라 ‘내가 응원한 역사’의 물리적 증거다. 전 세계 400만 명 이상의 스타링크 가입자와 수십만 명의 스페이스X 소액 주주들이 이 수요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이 광풍이 단기적 거품인지, 아니면 스페이스X 브랜드 파워의 지속 가능한 증거인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머스크가 물리적 제품에 부여하는 ‘문화적 희소성’은 주식 시장 밖에서도 이미 가격이 매겨지고 있고, 그 가격은 합리적 수준을 한참 넘어섰습니다. 기업공개가 정점을 찍은 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중고 시장이 과열 상태라는 건, 스페이스X라는 브랜드가 ‘투자 대상’을 넘어 ‘정체성 소비’의 영역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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