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000km. 160km당 1회. 300대 대 1,000대.
무인 자율주행차가 한국 도로를 달리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이 오늘 처음으로 구체화됐어요. 국토교통부는 7월 7일, 레벨4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의 임시운행 허가를 위한 안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같은 날 국가AI전략위원회는 자율주행 간담회를 열고 “한국이 미국보다 10년, 중국보다 5년 뒤처졌다”는 냉정한 진단을 내놓았죠. 한쪽에선 기준을 세우고, 다른 쪽에선 격차를 확인한 하루였습니다.
1만5,000km의 무게
국토부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레벨4 무인차가 공공도로를 달리려면 최소 1만5,000km 이상의 실증 주행 기록을 쌓아야 한다는 거예요. 동일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 5대까지 각 3,000km씩 합산할 수 있어 스타트업 부담을 일부 덜어줬고요.
여기에 160km당 시험운전자 제어권 전환은 1회 이하로 제한했습니다. 160km는 서울에서 대전까지 거리보다 깁니다. 그 긴 구간을 한 번의 개입만으로 달릴 수 있어야 진짜 무인에 가까운 기술이라는 뜻이죠.
안전 요건도 촘촘해요. 자율주행 시스템은 반드시 이중화돼야 하고, 독립 작동하는 비상제동 기능도 의무입니다. 원격관제센터가 실시간으로 차량을 모니터링하고, 위험 상황이 닥치면 즉시 비상점멸등을 켜고 안전하게 정차하는 ‘위험완화상태(MRC)’ 절차도 명시했어요.
임시운행 허가 기간은 기존 5년에서 최대 9년으로 늘렸습니다. 상용화까지 오랜 실증이 필요한 기업들을 배려한 조치예요. 국토부는 7월 10일 기업·연구기관 대상 설명회를 열고, 연내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UNECE 국제기준을 국내에 전면 반영할 계획입니다.
박준형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이렇게 말했어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레벨4 수준으로의 도약이 필수입니다. 완전 무인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는 동시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지속 추진하겠습니다.”
“우리는 아직 시험운행 단계”
같은 날 열린 국가AI전략위원회의 ‘피지컬 AI가 이끄는 자율주행 혁신 간담회’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지난 4월 산업계·학계 전문가 12명으로 꾸려진 자율주행 그룹의 첫 공식 진단은 냉혹했거든요.
좌은혁 서울대 교수는 “국내 자율주행 기술력이 안전요원이 탑승한 시험운행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미국은 이미 10년 전 무인 시험 단계에 들어갔고, 중국도 5년 전부터 달리기 시작했어요. 현재 미·중 선도기업들이 1,000대 이상의 서비스 차량을 운영하는 반면, 한국은 광주를 포함해도 300대가 안 됩니다. 누적 데이터도 선도국의 10% 미만 수준이에요.
채상미 이화여대 교수는 시장 패러다임이 “단순 모델 고도화에서 양질의 실제 도시 데이터 확보로 전환됐다”며 규제 완화와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고, 박선영 TS 자동차안전연구원장은 광주 실증도시를 넘어 실증 거점 다각화와 정부 재정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어요.
기준은 나왔지만 격차는 현실
두 이벤트를 나란히 놓고 보면 오늘은 한국 자율주행의 민낯을 정직하게 드러낸 날이에요. 한편으로는 레벨4의 문턱을 처음으로 제도화했다는 진전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문턱을 넘을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아직 멀었다는 경고가 울렸죠.
국토부의 가이드라인은 분명 한 걸음입니다. 기준이 없으면 투자도, 실증도, 상용화도 시작되지 않거든요. 하지만 국가AI전략위가 지적한 대로 “주요국들이 파격적인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의 규제는 여전히 ‘안전 확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테슬라 FSD가 DCAS 법제화에서 제외된 사례처럼, 검증에 시간을 쓰는 사이 시장은 저만치 달아나고 있죠.
이 가이드라인이 실제 무인 서비스로 이어지려면, 광주 실증도시의 완전 무인 전환이라는 다음 마일스톤을 얼마나 빨리 찍느냐에 달렸다고 봐요. 기준이 시장을 가로막는 담장이 될지, 출발선이 될지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써 내려갈 답안입니다.
- 원문: 뉴데일리 경제 — 레벨4 무인 자율주행 상용화 속도 낸다…정부, 안전운행 기준 첫 마련
- 원문: 전자신문 — 레벨4 자율주행차 기준 마련…상용화 준비 속도
- 원문: 연합뉴스 — “미중은 무인 자율주행 질주하는데…한국은 아직 시험운행”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7-07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