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유럽 당국에 FSD 안전 데이터 “오도” 제출했대요

지난주 브뤼셀의 한 회의실. 테슬라 엔지니어들이 유럽연합 규제 당국자들 앞에서 FSD(Full Self-Driving)의 안전성 데이터를 발표하던 그 자리에서, 한 가지 치명적인 숫자가 빠져 있었습니다. 로이터 통신이 6월 15일 단독 입수한 내부 문서와 제보에 따르면, 테슬라는 유럽 규제 당국에 FSD 안전 데이터를 제출하면서 핵심적인 사고 통계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합니다.

로이터의 조사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EU 당국에 “FSD가 작동 중일 때 사고율이 미국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이 데이터에는 해가 진 이후나 악천후에서 발생한 사고, 그리고 FSD가 사고 직전에 갑자기 해제된 케이스들이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렉트렉(Electrek)은 이 보도를 인용하며 “테슬라가 EU 규제 당국자들에게 오도하는 FSD 안전 데이터를 제출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지점은 FSD가 충돌 직전 1초 이내에 스스로 해제되고 운전자에게 제어권을 넘긴 사례들입니다. 테슬라의 분류 기준상 이 사고들은 ‘FSD 작동 중 사고’가 아닌 ‘수동 운전 중 사고’로 집계됩니다.

업계에선 이 분류 방식이 통계를 유리하게 왜곡한다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자동차 안전 컨설팅 업체인 더 밸류그룹의 애널리스트는 “충돌 직전 시스템이 꺼졌다면 그건 FSD의 실패로 봐야 한다”며 “지금의 분류 체계는 마치 에어백이 충돌 0.5초 전에 꺼졌다고 ‘에어백 미작동 사고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EU 규제 당국은 현재 FSD의 유럽 출시 승인을 심사 중입니다. 테슬라는 올해 안에 독일과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유럽 시장에 FSD를 출시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로이터 보도가 승인 절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지만, 이미 유럽의회 일부 의원들이 “테슬라의 데이터 제출 방식에 대한 독립적 감사”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테슬라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그간 분기별 안전 보고서에서 “오토파일럿 작동 중 사고율이 미국 평균의 7분의 1 수준”이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습니다.

이번 로이터 보도는 FSD의 기술 자체보다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합니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데이터를 규제 친화적으로 포장하는 관행은 미국 NHTSA 조사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습니다. 차이는 이번엔 그 대상이 유럽이라는 점입니다. EU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AI 규제 프레임워크인 ‘EU AI법’을 운용 중이고, FSD 같은 고위험 AI 시스템의 시장 진입에 대해 미국보다 훨씬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합니다. 테슬라가 데이터 해석의 관대함을 고수할수록 유럽 시장에서의 규제 장벽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FSD의 기술적 완성도가 아니라 데이터 투명성이 유럽 출시의 진짜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한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는 \”투명하지 않은 안전 데이터로는 유럽 도로에서의 운행 승인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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