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텍사스 기가팩토리, 한 엔지니어가 옵티머스의 부품명세서(BOM) 시트를 훑다 손을 멈췄다. 하지 어셈블리 한 줄에 찍힌 숫자가 중형 세단 한 대 값과 맞먹었기 때문이다. 그 내역이 6월 6일 크립토브리핑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1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부품비 총액이 약 5만5,000달러(한화 약 7,800만원)로 집계됐다. 크립토브리핑이 입수한 BOM 분석에 따르면, 전체 부품비 중 다리(하지) 어셈블리가 2만1,000달러를 차지하며 단일 모듈 기준 가장 큰 비용 비중을 기록했다. 전체 제조원가의 38%가 두 다리에 집중된 셈이다. 상체와 암 어셈블리, 센서 및 컴퓨트 모듈, 배터리·전원계가 나머지를 구성한다.
옵티머스는 2021년 ‘테슬라 봇’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발표된 이후 3년여 만에 실물 시제품 단계를 넘어 공장 내부 물류라는 제한적 실전 배치까지 도달했다. 지난해 10월 ‘위 로봇(We Robot)’ 이벤트에서 대중 시연을 마친 테슬라는 올해 초 텍사스 기가팩토리 배터리 셀 이송 라인에 옵티머스를 투입하며 첫 상업적 검증에 들어갔다. 머스크는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장기 목표로 대당 2만 달러 이하 판매가를 제시한 바 있다. 현재 BOM 5만5,000달러는 그 목표치의 2.75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목표 달성까지 상당한 원가 절감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BOM 내역을 들여다보면 옵티머스의 기술적 난점이 어디에 집중돼 있는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하지 어셈블리 2만1,000달러에는 고토크 로터리 액추에이터, 하모닉 드라이브 계열 정밀 감속기, 관절당 6자유도 이상 구동계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의 보행을 모사하려면 발목·무릎·고관절에 걸쳐 복수의 모터와 힘 센서가 실시간 피드백 루프를 형성해야 하는데, 이 정밀 기계 부품 무리가 단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이다. 로보틱스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걷는 로봇의 상업화가 생각보다 더딘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이라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비교군을 살펴보면 그림은 더 복잡해진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대당 수백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며, 유니트리의 H1은 약 9만 달러, 피규어 AI의 Figure 02는 5만~7만 달러대로 알려져 있다. 옵티머스의 5만5,000달러 BOM은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결코 비싼 편이 아니며, 오히려 경쟁사 대비 양산을 전제로 설계된 흔적이 역력하다. 문제는 머스크가 제시한 2만 달러라는 목표가 현재 BOM의 36%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월가와 로보틱스 업계에서는 이번 BOM 공개를 두고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옵티머스의 TAM(총유효시장)을 2030년 3,000억 달러로 추산하면서도 “BOM 3만 달러 이하 달성 여부가 상업적 분기점”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테슬라 강세론자들은 5만5,000달러가 시작점일 뿐, 규모의 경제와 내재화가 작동하면 2028년께 2만 달러대 진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보스턴 다이내믹스 출신의 한 로보틱스 엔지니어는 “다리 비용이 전체의 38%를 차지한다는 것은 기계적 복잡도를 소프트웨어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신중론을 폈다. MIT CSAIL의 한 연구진도 “보행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액추에이터 수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6월 6일 ASML 비공개 기술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테라팹 프로젝트와 함께 옵티머스 생산 확대 계획을 재확인했다. 테슬라는 기가텍사스에 옵티머스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 중이며 2027년 연 10만 대 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BOM 분석이 오히려 테슬라의 강점을 부각시켰다는 해석도 나온다. 휴머노이드 스타트업들이 BOM 10만 달러를 하회하는 데도 수년이 걸린 반면, 테슬라는 이미 상당 부분 내재화된 공급망으로 5만5,000달러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예정된 옵티머스 3세대 시제품 공개에서 BOM 절감 폭이 어느 정도일지가 실질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번 BOM 공개가 오히려 옵티머스의 상업화 전망을 더 투명하고 현실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리 값이 비싸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이미 실제로 걷고 일하는 로봇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업계 관점으로는 옵티머스가 제조업 휴머노이드 시장의 ‘모델 3 모멘텀'(고가 소수에서 대량 생산으로의 전환점)을 언제 맞이하느냐가 2026년 하반기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오를 전망이다.
- 원문: Crypto Briefing — Tesla’s humanoid robot costs $55K to build, with $21K just for the legs
- 작성: sw4u 8시뉴스 일관평 / 2026-06-07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