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826만㎡, SK는 넓게 삼성은 빠르게

826만㎡. 약 250만평 규모의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단 예정지입니다. 그중에서도 우선 개발이 가능한 63만평부터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25일 공개한 기업 협의 내용을 보면, 두 숫자 사이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서로 다른 요구를 내걸고 있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하나는 부지의 넓이, 다른 하나는 속도예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HBM 메모리 이미지

9차례 만난 SK하이닉스, 넓은 땅을 원한다

SK하이닉스는 광주 군공항 부지에 대해 가능한 한 넓은 규모의 생산 부지를 확보하려는 의사를 보였습니다. 통합시가 투자계획 발표 직후 전담 소통 채널을 열고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모두 9차례 경영진·실무진 협의를 진행한 결과예요.

경영진의 현장 방문도 이어졌습니다. 7월 13일과 24일을 시작으로 군공항 현장을 여러 차례 둘러봤고, 7월 29일에는 사장과 부사장 7명 등 주요 경영진이 함께 현장을 찾았습니다. 지난 1일에는 민형배 시장이 이천캠퍼스를 방문해 곽노정 대표이사와 국가산단 조성, 팹 입지, 장기 협력체계를 협의했어요. 부지 협상은 이삿짐을 싸기 전에 집 평수부터 정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평수가 정해져야 설비 배치도, 전력 계획도 그 위에 올라가니까요.

삼성전자가 말한 ‘돌격전’

삼성전자는 넓이보다 시기입니다. 김용관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전략총괄 사장은 지난달 11일 용인에서 열린 현장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직도 느리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적극적인 속도전, 돌격전을 위해 많은 지원을 부탁드린다”

다음 날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전력공급 협약식에서도 용인 국가산단 가동 목표가 2029년 10월로 앞당겨진 점을 언급하며, 호남권 투자 준비 시점도 크게 당겨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부사장과 사장단이 잇따라 광주 군공항 부지를 실사했고, 통합시 실무진은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부지 조성과 전력·용수·교통·물류 여건을 협의했어요.

2027년 착수, 2030년 6월 첫 양산

일정도 구체적입니다. 통합시는 우선 개발 가능한 약 63만평부터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2027년 부지 조성에 착수해 전력·용수는 2028년 말 초기 공급체계를 갖추고 2030년 6월 첫 양산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SK하이닉스와는 오는 10월 입주협약을 추진하고, 이를 계기로 전략·건설·인프라 등 투자 실행단계 협의를 본격화할 계획이에요. 삼성전자도 10월 6일 평택캠퍼스 현장 방문과 최고경영진 면담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통합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반도체 생산시설 확충 필요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정부와 양 기업의 투자계획이 구체화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리 싸움의 시작

두 회사의 요구가 갈리는 지점은 결국 시간표입니다. 넓은 부지를 원하는 쪽은 단계별 조성이 유리하고, 속도를 원하는 쪽은 우선 공급이 유리합니다. 통합시가 63만평 우선 공급 카드를 꺼낸 건 두 요구를 동시에 붙잡기 위한 절충안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변화는 호남 반도체 경쟁의 승부처가 ‘누가 먼저 짓느냐’에서 ‘누가 먼저 자리를 확보하느냐’로 옮겨가는 신호로 읽혀요. 부지와 전력, 용수를 미리 잡아둔 쪽이 나중에 증설 속도에서 앞서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10월 입주협약이 실제로 체결되는지, 그리고 우선 공급 구역에 어느 회사의 첫 팹이 들어가는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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