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지컬 AI 1조4000억, 조선소가 훈련장이 돼요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점에서 ‘피지컬 AI 지역거점 발전포럼’이 열렸습니다. 행사 시작 전 체험존 앞에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나란히 섰고, 참석자들은 로봇과 설비가 실제로 움직이는 시연을 둘러봤어요. 이 자리에서 다시 확인된 정부 투자 규모가 5년간 1조4131억원입니다.

피지컬 AI 지역거점 발전포럼 체험존을 둘러보는 참석자들

텍스트 AI 다음은 현장이다

피지컬 AI는 말과 이미지를 이해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로봇과 설비의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글로벌 AI 평가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는 최근 한국을 미국과 중국에 이어 ‘확고한 3위'(clear #3)로 평가하고, 이를 기념하는 인증서를 과기정통부에 전달했어요. 모델 경쟁에서 자리를 잡은 한국의 다음 과제가 이 역량을 산업 경쟁력으로 바꾸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제조업 기반이 다시 주목받습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철강, 배터리, 방산까지 피지컬 AI를 실제로 적용하고 검증할 수 있는 현장을 두루 갖추고 있어서죠.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도는 것과 실제 도로를 달리는 것의 차이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워요. 텍스트 AI는 데이터만 있으면 어디서든 학습되지만, 피지컬 AI는 공장의 소음과 진동,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상황을 몸으로 익혀야 합니다.

5년 1조4131억원, 전북과 경남이 먼저

정부는 피지컬 AI를 반도체, AI 데이터센터와 함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지정했습니다. 지난 7월 발표한 ‘피지컬 AI 핵심 경쟁력 확보 전략’에서는 데이터·기술·확산·생태계를 4대 축으로 세웠고, 산업통상부는 제조업 AI 전환(M.AX)을 앞세워 2030년까지 AI 팩토리 500개 구축을 목표로 잡았어요.

구체적인 자금 집행은 지역으로 내려갑니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1조4131억원을 투입해 전북에서는 공장 자율운영 기술을, 경남에서는 제조 공정의 정밀 제어 기술을 개발하고 현장에서 실증합니다. 지역 주력 산업을 그대로 개발 기반으로 쓰는 구조예요.

기업 움직임도 붙었습니다. NC AI는 전북과 경남 국책사업에 동시에 참여해 철강·조선·국방 현장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전북에서는 공장 설비와 작업 공간을 3D 가상환경에 구현해 학습 데이터를 만들고, 경남에서는 월드모델과 대규모 행동모델(LAM)로 센서·비전 데이터를 활용해 조선 용접과 반도체 후공정에 적용할 계획이에요. 포스코DX와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한화오션과는 조선 용접에 특화한 기술을, 현대로템과는 통합 시뮬레이터를 각각 개발 중입니다.

“피지컬 AI가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AI 기술만이 아니라 이를 구현하고 실증할 공정과 설비, 로봇 등 물리적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NC AI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국내 AI 업계에서도 “AI와 제조 결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말이 나옵니다.

데이터가 쌓이는 쪽이 이긴다

정부가 강조하는 건 결국 데이터입니다. 피지컬 AI는 실제 현장에서 나온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그 데이터를 어떤 모델로 학습시키느냐가 성패를 가릅니다. 조선소와 공장, 변전소가 곧 훈련장이 되는 셈이에요.

이번 변화는 한국이 모델 경쟁에서 확보한 3위 자리를 산업 현장 데이터로 굳히려는 신호로 읽혀요. 다른 나라는 같은 데이터를 사서 모아야 하지만, 한국은 이미 돌아가는 생산 설비에서 그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전북과 경남의 실증 과제가 몇 년 안에 조선소와 공장의 생산성 수치로 확인되는지, 그리고 그 성과가 다른 지역 주력 산업으로 옮겨붙는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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