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 주기가 18개월 아래로 내려간 지 오래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개발 기간은 여전히 2~3년대에 머물러 있다. 이 격차를 메우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속도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위기감이, 제조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일 만큼 과감한 AI 전환(AX) 드라이브로 이어지고 있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이 12일 직접 무대에 서서 AX 청사진을 공개한 배경이다.
현대차그룹은 12일 서울 양재 본사에서 ‘AI 전환 성과 발표회’를 열고 전사적 AI 도입 현황과 중장기 로드맵을 공개했다. 핵심은 AI를 활용한 신차 개발 기간의 획기적 단축이다. 진 사장은 “그동안은 바텀업 방식으로 일부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과제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앞으로는 기업이 목표를 정하고 톱다운 방식으로 추진하는 메가 프로세스 효율화가 필요하고, 그중 하나가 차량 개발 기간 단축”이라고 말했다.
비유하자면 지금까지는 공장 라인 하나하나에 AI를 붙여본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자동차 한 대가 탄생하는 전체 파이프라인을 AI로 재설계하겠다는 선언이다. 진 사장은 “각 요소별 기간 단축 방안과 리스크 해소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AX 성과는 구체적이다. 2018년부터 전 사업장에 통합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조직 간 협업툴을 도입한 데 이어, AI를 연구개발·제조 현장·정비·고객서비스 등에 적용해 연간 수십억 원의 비용 절감과 업무 시간 50% 이상 단축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사내 생성AI 플랫폼 ‘에이치챗프로’는 현재 임직원 80%가 사용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의선 회장의 의지가 각별하다. 정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바이브코딩 교육을 직접 수강한 것도,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이해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진 사장은 지난 6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만남에서 AX를 논의한 일화도 공유하며, 새만금 AIDC 설립을 통해 자율주행과 피지컬AI에 필요한 GPU 인프라도 확보해 나갈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제조 중심의 대기업이 이 정도 규모와 속도로 AI 전환을 추진해 성과를 낸 사례는 글로벌로 봐도 드물어요. 흥미로운 건 현대차그룹이 임직원들의 AI 사용량을 인위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오히려 사용 확대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진 사장은 “연구원과 개발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지금 중요한 건 많은 직원들이 빨리 AI를 활용해보고 AI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판단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어요.
이 같은 접근은 단기 비용보다 조직의 AI 리터러시를 키우는 데 방점을 둔 전략으로 읽혀요. 단기간에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기보다, 5년 뒤 자동차 산업의 경쟁 구도가 AI 역량으로 재편될 것을 내다본 투자인 셈이죠. 다만 에이치챗프로 사용 확대로 토큰 비용 관리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은 남아 있어요. 현대차그룹이 목표로 한 ‘AI를 가장 잘 쓰는 회사’가 되려면, 비용 효율화와 속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다음 단계의 핵심 과제가 될 거예요.
- 원문: ZDNet Korea — 현대차그룹, 세계 톱 AX 기업으로 변신…신차 개발 기간 단축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8-12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