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자율주행 원팀 출범…포티투닷과 칸막이 없앴다

자율주행 경쟁에서 속도가 생명이라면, 조직 따로 기술 따로 가는 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죠. 현대차그룹이 바로 이 지점을 정면 돌파하는 선택을 했어요.

현대차·기아 AVP본부와 자율주행 전문 자회사 포티투닷(42dot)의 주요 임원들이 대거 겸임 체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권정현 부사장이 AVP본부 자율주행개발센터장과 포티투닷 자율주행 디비전장을 동시에 맡고, 제레미 마 전무도 AVP본부 실리콘밸리실장과 포티투닷 SV 디비전장을 겸임한다.

박민우 사장이 이미 올 1월부터 AVP본부장과 포티투닷 대표를 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배치로 자율주행 핵심 책임자 세 명이 두 조직을 가로지르는 ‘원팀’ 체제가 완성된 셈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데일리에 “이번 영입을 통해 자율주행 영역 전반의 기술을 고도화하고 미래 모빌리티 전략 실행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로 합류한 두 인물의 이력은 글로벌 자율주행 판도를 그대로 반영한다. 권 부사장은 엔비디아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과 제품화를 담당한 뒤 삼성전자에서 지능형 로봇 개발을 이끌었다. 애플과 NASA, 도요타리서치인스티튜트를 거친 마 전무는 실리콘밸리의 자율주행·로보틱스 인재 네트워크 확보가 핵심 임무다. 두 사람 모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접점에서 경력을 쌓아온 점이 눈에 띈다.

이번 개편을 이해하려면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조직의 구조를 잠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포티투닷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SDV 플랫폼을 연구·개발하고, AVP본부는 그 기술을 실제 양산 차량에 적용하는 역할에 각각 무게가 실려 있었어요. 겉보기엔 합리적 분업이지만, 자율주행 기술 특성상 연구 성과와 양산 요구가 실시간으로 맞물려야 하는데 칸막이가 있으면 속도가 날 수 없는 구조였죠.

박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이 지점을 지적해 왔다. “AVP는 실행만 하고 포티투닷은 내재화만 하는 식의 칸막이는 없을 것”이라는 그의 발언은 올 1월 취임 일성으로 나왔고, 이번 겸임 배치는 그 약속을 조직도로 옮긴 결과다. 지난해 말 송창현 전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물러난 이후 약 8개월간 이어져 온 조직 재정비가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한편 현대차는 오는 8월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2026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연다. 박 사장이 이 자리에서 직접 자율주행 기술 로드맵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티투닷이 자체 개발 중인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 모델의 현재 진척 상황과 구체적인 양산 적용 시점, 그리고 테슬라 FSD 대응 전략의 윤곽이 처음으로 외부에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통합 체제는 테슬라 FSD의 한국 상륙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더 무게 있게 다가와요.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팀과 하드웨어 팀, 데이터 팀이 하나의 회사 안에서 긴밀하게 맞물리는 구조인 반면,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부서 간 분절이 기술 속도를 늦추는 고질적 약점이었거든요. 현대차가 남들보다 먼저 조직의 벽부터 허물고 하나의 팀으로 달리겠다는 신호를 분명히 보낸 셈이에요. 인베스터 데이까지 남은 3주, 이 체제가 어떤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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