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두 개부터 보면 이 문제의 규모가 짐작되거든요. 2025년 기준 건강보험 적용인구 5천139만명 가운데 94.9%에 달하는 4천876만명이 의료기관 진료를 받았습니다. 1인당 연평균 내원일수는 22.0일, 전체 입·내원일수는 10억7천100만 일에 이릅니다.
그런데 정작 이 방대한 진료기록이 법적으로 누구의 것인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 이 같은 공백이 드러났다.

보존 의무와 열람 권한만 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에 진료기록 보존·관리 의무(제22조 제2항)와 비밀 누설 금지 의무(제19조)를 부과하고, 환자에게는 열람 및 사본 교부 요청권(제21조)을 준다. 하지만 이는 역할을 나눠 둔 것일 뿐, 데이터 자체의 소유권 귀속을 규정한 조항은 아니다. 복지부는 소유권의 법적 근거를 묻는 질의에 “현행 의료법상 진료기록의 소유권 귀속 주체에 관해 명시적으로 규정한 조항은 존재하지 않음”이라고 공식 답변했다.
국가별로도 온도차가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보면 미국은 연방법상 규정이 없지만 다수 주가 병원이나 의사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뉴햄프셔주 등 일부는 환자 소유를 명시한다. 일본과 독일, 프랑스는 한국처럼 별도 소유권 규정 없이 보존 의무와 열람 권한 위주로 규정하고 있다.
실무에서는 의료기관이 진료기록을 보존·관리하고 환자가 열람과 삭제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그 기록을 AI 학습에 쓸 수 있는지, 쓴다면 대가는 어떻게 정할지는 여전히 계약과 관행에 맡겨져 있다. 권리와 책임의 기준이 비어 있으니 기관마다 대응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AI 시대에 더 커지는 구멍
문제는 의료AI 확산과 맞물리면서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진료기록은 AI 학습에 가치가 높은 데이터이면서 동시에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이기도 하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국민의 약 95%가 평균 22일 안팎으로 병원을 찾으면서 데이터는 계속 쌓이고 있는데, 그 권리와 책임의 기준이 비어 있는 셈이다.
김선민 의원은 “인공지능 시대로 갈수록 의료정보는 중요한 자원이자 철저히 보호해야 할 자산”이라며 “개인정보보호법상 열람·삭제 권리가 있어도 소유권 규정이 미비하면 의료AI 발전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료계와 환자단체, 전문가와 논의를 거쳐 권리와 책임을 명확히 정립하고 법적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백은 의료AI의 다음 단계가 알고리즘 성능이 아니라 데이터 권리의 설계에 달려 있다는 신호로 읽혀요. 학습 데이터를 누가 어떤 조건으로 쓸 수 있는지 정해지지 않으면, 기업은 소송 위험을 안고 투자를 주저하고 환자는 자기 기록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길이 없어지거든요. 소유권을 환자에게 두든 의료기관에 두든, 열람·활용·보상의 규칙을 먼저 세우는 쪽이 결국 산업도 환자도 지키는 길이에요.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함께 앉는 논의가 올해 안에 물꼬를 틀 수 있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예요.
- 원문: 연합뉴스 — 의료AI 핵심자원 진료기록, 누구 것?…소유권 규정 없다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10-02 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