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zHBM·SK하이닉스 HBM4, 핫칩스서 진검승부

실리콘밸리에서 열리고 있는 반도체 학회 ‘핫칩스 2026(Hot Chips)’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HBM 기술을 나란히 공개하며 정면 승부에 들어갔다. 이 발표는 단순한 연구 성과 발표가 아니라, 엔비디아·AMD·구글 등 빅테크의 차세대 AI 가속기 수주를 둘러싼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할 만하거든요.

3D로 쌓고, GPU 위에 올리고

삼성전자가 이번에 선보인 ‘zHBM’은 말 그대로 HBM의 배치 구조를 완전히 바꾼 물건이다. 기존 HBM이 GPU 옆에 나란히 놓이는 2.5D 패키징이었다면, zHBM은 GPU 다이 바로 위에 수직으로 적층하는 3D 아키텍처를 적용했다. 마치 아파트 한 동에 상가와 주거를 함께 넣은 주상복합처럼, 하나의 패키지 안에서 연산 유닛과 메모리를 수직으로 통합한 구조다.

이렇게 하면 데이터가 옆으로 긴 배선을 타고 이동할 필요 없이 바로 위아래로 오가기 때문에 신호 지연이 대폭 줄어든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기존 2.5D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는 최대 2.3배 빨라지고, 소비 전력은 약 30% 개선됐다. 여기에 삼성의 4나노 공정 로직 다이와 첨단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결합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 16단 적층으로 응수

이에 맞서 SK하이닉스는 HBM4 기반 16단 적층 기술을 핫칩스 무대에서 공개했다. 현재 양산 중인 HBM3E 12단에서 4단을 더 쌓아 올린 셈인데, 단순히 층수를 늘린 것에 그치지 않고 MR-MUF(매스 리플로우-몰디드 언더필) 공정을 한층 개선해 16단에서도 발열과 휨 문제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 제품은 이미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베라루빈’ 탑재를 목표로 샘플 테스트에 들어간 상태다.

진짜 싸움은 수율과 납기

핫칩스는 기술의 장(場)이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누가 먼저 양산 가능한 수율을 확보하느냐”로 모이고 있다. 삼성의 zHBM은 구조 자체가 혁신적이지만 3D 적층의 수율 안정화가 관건이고, SK하이닉스의 16단 HBM4는 상대적으로 검증된 경로를 밟고 있어 납기 측면에서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의 최근 메모에는 “2026년 하반기부터 AI 가속기용 HBM 수요가 전년 대비 160% 이상 급증할 전망”이라는 수치도 등장한다. 양사 모두 이 파이를 놓칠 수 없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삼성과 SK하이닉스의 HBM 경쟁 구도가 2027년까지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의 방향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번 핫칩스 행사가 주는 신호는 분명해요. 단순히 ‘누가 더 높이 쌓았나’의 싸움이 아니라, AI 시대의 메모리 아키텍처 표준을 누가 먼저 쓰느냐의 주도권 경쟁으로 접어들었다는 거죠. 삼성의 3D 적층이 표준이 되면 패키징 시장의 판도가 통째로 바뀌고, SK하이닉스의 16단이 자리 잡으면 당분간은 2.5D 진영의 우위가 이어질 거고요. 빅테크가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한국 반도체 양강의 희비도 엇갈리게 될 테니, 앞으로 몇 달 동안의 수율 발표와 고객사 레퍼런스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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