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삼성전자 실적 보고서에 처음 등장한 항목이 하나 있다. ‘모바일용 메모리’다. 그동안 다른 부품들과 함께 ‘기타’로 묶여 있던 메모리 반도체가 독립 항목으로 분리됐다는 건, 그만큼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는 신호예요.
19일 전자업계와 삼성전자 분기보고서를 종합하면, AI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완제품 사업 수익성이 동시에 압박받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직격탄을 자사 세트 사업부가 맞고 있는 셈이에요.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원재료 매입액은 27조80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특히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의 모바일용 메모리 매입액은 1조9930억원으로 DX 전체 원재료의 9.4%를 차지하는데, 작년 연간 평균 대비 무려 107%나 뛰었다. 여기에 DS(반도체) 부문과의 내부 거래 물량까지 포함하면 실제 원가 부담은 이보다 더 클 거란 분석이에요.
LG전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TV·디스플레이 기반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의 영상기기 부품용 반도체 매입액은 238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4% 증가했고, 평균 매입 가격은 33.1% 올랐다. 원재료 비용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7.7%에서 9.1%로 확대됐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와 가전에 사용되는 범용 DDR4 8GB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 개당 20달러를 기록했다. 2016년 가격 집계 이래 최고치다. 올해 4월과 5월에도 두 자릿수 상승률이 이어졌다. AI 서버용 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반도체 생산 라인이 HBM 쪽으로 쏠리고, 그 여파로 범용 메모리 공급이 줄어드는 구조적인 현상이 원인이에요.
반면 정작 완제품 판매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 1분기 통신기기 및 컴퓨터 소매판매액은 7조63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줄었고, 가전제품도 7조85억원으로 3년 전보다 5.8% 감소했다. 고물가·고금리로 소비 심리가 꺾이면서 스마트폰과 TV 모두 팔리지 않는 상황인 거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하반기 비용 절감과 사업 효율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적자 상태였던 중국 가전·TV 사업을 정리하는 등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선회했고, LG전자는 가전 구독 사업 확대와 운영 효율화로 안정적 수익원 확보에 주력하는 중이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원자재·에너지·인건비 상승으로 파운드리 산업 전반의 가격이 올랐다”며 “반도체 가격 상승이 세트 제조업체 전반의 비용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건 분명하지만, 이번 국면에서 눈여겨볼 점은 그 과실이 어디로 가고 있느냐예요. HBM을 장악한 SK하이닉스와 파운드리 선두 TSMC는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를 누리는 반면, 삼성과 LG의 세트 사업은 같은 반도체값 상승을 원가 압박으로 떠안고 있어요. 삼성처럼 반도체와 완제품을 동시에 하는 기업은 내부에서 이익이 상쇄되는 ‘지렛대 없는 시소’에 가까운 셈이죠. 소비 회복이 더뎌지는 가운데 메모리 가격 강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프리미엄 제품 믹스와 사업 구조 재편으로 얼마나 방어할 수 있을지가 2분기 실적 발표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거예요.
- 원문: IT조선 — 반도체값 2배 뛰자 가전 휘청…삼성·LG, 2분기 수익성 비상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6-19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