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스페이스X 향해 핵 보복 위협했대요

5월 26일 오후, 모스크바의 한 국영 방송에 출연한 크렘린 고위 관계자가 스페이스X를 직접 겨냥했다. “우크라이나군에 통신을 제공하는 민간 위성 자산은 정당한 군사 표적이며, 필요하다면 핵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민간 기업이 핵 보복 위협의 직접 대상이 된 것은 냉전 이후 유례를 찾기 어렵다.

UNITED24 미디어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스타링크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드론 작전, 포병 타격, 해상 드론 공격의 통신망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참전 행위’로 규정하며 핵 보복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는 기존의 외교적 항의를 넘어 군사적 위협 수위를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스타링크는 2022년 개전 직후부터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통신망으로 기능해왔다. 개전 초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기존 통신 인프라를 파괴하자, 머스크가 스타링크 단말기를 긴급 공수하면서 사실상 ‘전시 통신의 중추’가 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이 스타링크를 공격용 드론 작전에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스페이스X는 딜레마에 빠졌다. 머스크는 그동안 “스타링크는 공격용 무기 플랫폼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해왔지만, 현장의 현실은 달랐다.

아르스테크니카의 별도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 본인도 같은 날 미군의 자폭 드론이 스타링크를 규정 위반으로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이 고백은 스타링크가 이미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군사 작전에 녹아들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핵 위협이 실제 실행 가능성보다는 스페이스X IPO를 앞둔 시점에 투자자들에게 ‘지정학적 리스크’를 각인시키려는 심리전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의 위협이 구체화된 같은 날, S-1 투자설명서의 ‘위험 요소’ 항목이 얼마나 두꺼워질지에 대한 월가의 관심이 집중됐다.

업계 관점으로는 이번 사태가 ‘민간 우주 기업의 무기화’라는 더 큰 질문을 정면으로 제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타링크가 통신사인지, 방산업체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 그 경계선은 이미 사라졌고, 이제 적대국이 그 모호함을 직접 겨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