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1160억달러 스톡옵션 전량 행사했어요

“단 한 주의 시장 매도도 없었다.” 17일(현지시간) SEC 제출 서류에 명시된 이 문장 하나가 이번 사건의 본질을 말해준다. 일론 머스크가 2018년 약정된 테슬라 CEO 보상 패키지 전량을 행사했다. 주당 23.34달러에 3억396만주를 취득해 종가 404.66달러 기준 1,159억 달러, 우리 돈 약 157조 원의 평가이익을 기록한 초대형 이벤트다. 기업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다.

2018년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이 패키지는 당초 2,026만주에 주당 행사가 350.02달러로 설계됐으나, 2020년 5대 1, 2022년 3대 1의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치면서 3억396만주에 23.34달러로 조정됐다. 머스크는 이 가운데 1,753만주(약 71억 달러 상당)를 행사 비용 정산에 사용했고, 나머지 2억8,643만주를 순취득했다. SEC 제출 서류엔 “본 거래는 어떠한 형태의 공개시장 매도도 수반하지 않았다”고 명시돼 있다.

눈여겨볼 점은 취득한 주식 전량이 2028년 1월 19일까지 매각 제한된다는 사실이다. 비적격 스톡옵션인 만큼 행사 시점에 약 450억 달러(약 61조 원)의 연방소득세가 발생하며, 텍사스주 거주자 신분으로 캘리포니아주 세금 약 150억 달러를 피했지만 캘리포니아 세무당국이 별도 추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머스크가 2012년 부여분 행사로 110억 달러 이상을 납부한 선례가 있지만, 이번 세금 규모는 그 네 배에 육박한다.

행사 이후 머스크의 직접 보유분은 7억1,017만주, 신탁을 통한 간접 보유분은 4억1,315만주로 총 11억2,332만주에 달한다. 스케줄 13G 신고 기준 실질 지분율은 19.9%. 일렉트렉 편집장 프레드 램버트는 “이번 행사의 실질적 의미는 현금화가 아니라 지배력 확정에 있다”며 “2025년 추가 보상 패키지와 맞물려 머스크의 의결권을 공고히 하는 게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월가의 반응은 엇갈린다. 모건스탠리는 “제한부 주식이어서 단기 매도 압력은 없지만, 2028년 해제 시점의 오버행 리스크는 선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는 “머스크가 현금화 대신 지배력 강화를 택했다는 점이 장기 주주에겐 오히려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FT는 같은 날 기고에서 머스크를 “월가의 새로운 롤업 아티스트”로 규정하며, 현금 유동성보다 의결권 지분을 우선시하는 이례적 패턴이 테슬라뿐 아니라 스페이스X IPO, xAI 인수합병 전략과도 동일한 코드로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의결권을 행사의 중심에 두는 경영자는 20세기 포드 가문 이후 처음”이라고 평했다.

산업적 함의는 단순한 부의 순위 변동을 넘어선다. 머스크가 2028년까지 테슬라 주식 20% 가까이를 움직일 수 없게 묶었다는 사실은, 그가 향후 2년간 테슬라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유인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음을 의미한다. 연방세 450억 달러 납부를 위한 자금 조달 방식 — 추가 담보대출, 신탁 지분 일부 매각, 혹은 배당 정책 변경 — 도 앞으로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보상 하나가 단일 기업의 지배구조와 조세정책, 그리고 주주환원 전략까지 한꺼번에 재편하는, 전례 없는 장면을 지금 목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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