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CXMT, LPDDR6로 삼성·SK 턱밑 추격…HBM 빈틈 노린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차세대 LPDDR6 D램 샘플 공급 단계에 진입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패권에 정면 도전장을 던졌다. 미국 제재로 HBM 개발이 막힌 중국이 저전력 D램이라는 우회로를 뚫으며 K-메모리의 ‘초격차’ 전략을 뒤흔들고 있다.

CXMT는 2023년 LPDDR5 출시, 지난해 10월 LPDDR5X 양산 공개에 이어 불과 1년도 안 돼 LPDDR6 샘플 공급 단계까지 도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 하반기 LPDDR6 양산을 목표로 삼고 있는 시점에 중국이 거의 동시점에서 진입한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8%, SK하이닉스 29%, 마이크론 22%, CXMT 8% 순이다. 불과 수년 만에 4위로 올라선 CXMT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 자금 지원과 샤오미·화웨이 등 자국 제조사 수요를 기반으로 생산 능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LPDDR의 위협이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이 기술의 활용 범위가 모바일을 넘어 AI 인프라까지 급격히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여러 개의 LPDDR 칩을 병렬로 연결해 하나의 메모리 모듈로 구성하면 대역폭이 크게 높아져, 일부 AI 추론과 그래픽 연산에서는 고가의 HBM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어요.

중국 입장에서는 이게 더 절실한 전략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확보하지 못해 HBM3 양산 수율이 여전히 낮은 상황에서, LPDDR 기반 솔루션만으로도 AI 메모리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CXMT의 HBM3 양산은 당초 올 상반기가 목표였지만 TSV 공정 안정화 문제로 지연된 상태다.

이미 시장은 LPDDR의 AI 활용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엔비디아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에는 LPDDR5X 기반 소캠(SOCAMM)이 탑재된다. HBM의 가격 부담과 공급 부족을 해결할 현실적 대안으로 LPDDR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커질수록 LPDDR6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물론 기술 격차가 완전히 좁혀진 건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1c) 공정을 적용한 16Gb LPDDR6를 개발했고 최대 14.4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확보했다. 삼성전자도 1b 공정 기반 LPDDR6로 하반기 양산에 돌입한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가 예상을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이데일리에 “반도체 역사에서 1위 교체는 항상 예상보다 빠르게,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HBM5, HBM5E, 3D D램 로드맵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CXMT의 이번 약진은 경고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삼성과 SK가 AI용 HBM이라는 첨단 최전선에 역량을 올인하는 사이, 중국은 더 넓은 시장인 범용·저전력 D램 영역에서 점유율을 착실히 쌓아 올리는 형국이거든요. 최전선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오히려 후방의 취약점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CXMT의 LPDDR6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HBM과 LPDDR 두 전선을 모두 지켜야 하는 시대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바로 지금 시작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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