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도자’ 요구에 돌아온 대답
왜 지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를 향해 직접 입을 열었을까. 발단은 이렇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푸틴과의 디젤 거래를 둘러싼 비판에 대해 “젤렌스키는 이 전쟁을 끝낼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가 “협상할 수 있는 새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머스크가 가세했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발언을 공유한 글에 “젤렌스키는 너무 나갔다”고 적었고, 별도 글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새 지도자를 뽑을 때”라고 주장했다. 앞서 전해진 그의 교체론 동조에 이어, 이번에는 당사자가 직접 반응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월 11일 ABC뉴스 디스 위크에 출연해 존 칼 진행자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트럼프와 머스크가 푸틴을 멈출 열쇠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푸틴을 멈추는 것이 다른 누구를 압박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 정세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는 와중에 우크라이나만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의 디젤 거래가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이어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공격이 세계 에너지 시장에 문제를 만든다고 비판해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공격을 멈추면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디젤 수송 시설에 대한 타격을 멈추겠다고 제안했다.
우크라이나 측의 첫 반응도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측에서는 키릴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머스크의 발언을 두고 분기점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양측이 같은 발언을 서로 다른 각도로 소비하는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러시아 디젤 수송 시설 타격을 멈출 조건도 다시 제시하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맥락은 스타링크다. 우크라이나군 작전 상당 부분이 스타링크 통신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머스크가 미국 정치권의 우크라이나 압박에 동조한다는 점은 키이우에 부담이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머스크를 설득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고, 유럽은 스타링크 대체 통신망 구축을 추진해 왔다. 전시 통신 인프라와 정치적 발언이 한 인물을 매개로 얽혀 있는 구조다.
전장에서 스타링크의 역할도 짚을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드론 운용과 지휘 통신 상당 부분을 스타링크에 의존해 왔고, 앞서 러시아 상공까지 커버리지를 확대해달라는 요청이 나올 만큼 의존도가 높다. 유럽연합과 개별 국가들은 대체 위성 통신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단기간에 스타링크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주 안에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후속 접촉이 이뤄질지,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기조가 조정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입니다. 스타링크 접근 권한을 둘러싼 논쟁과 미국 정치권의 우크라이나 압박이 맞물리면서, 머스크의 발언은 앞으로도 키이우의 협상 카드에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이번 사안은 민간 기업 총수의 발언이 전시 통신 인프라와 외교 협상 테이블을 동시에 흔드는 구조를 보여주는 신호로 읽힙니다. 결국 스타링크라는 단일 인프라에 대한 의존이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