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리사 수 AMD 회장의 서울 방문은 총수 회동이 화제였습니다. 7개월이 흐른 10월 7일, 같은 도시에서 다시 열린 테이블의 성격은 사뭇 달라졌어요. 이번엔 누구를 만나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함께 가느냐’가 화두로 올라왔거든요.
7일 업계에 따르면 수 회장은 이날 오후 5시께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S부문장 부회장과 만나 만찬을 함께했습니다. 조셉 마크리 AMD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잭 후인 AMD 컴퓨팅·그래픽 그룹 총괄 수석부사장도 자리를 같이했어요. 김재준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실장 부사장 등이 1층에서 수 회장을 맞았습니다. 같은 날 오후 그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과도 회동했는데, 두 수장이 한국에서 직접 마주 앉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핵심은 HBM(고대역폭메모리)입니다. 삼성전자는 AMD의 최신 AI 가속기 ‘인스팅트 MI455X’에 들어가는 HBM4의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돼 있어요. 지금까지 HBM3E(5세대)와 HBM4(6세대)를 공급하며 파트너십을 이어왔고, 이번 회동으로 그 관계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AI 가속기는 한 대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장비인데, 여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는 성능과 전력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죠.
수 회장은 이날 취재진에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핵심 파트너”라며 “HBM 협력이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본격적인 회동에 앞서 “삼성전자 경영진과 어떤 논의를 할 예정이냐”는 질문에는 “우리의 더 폭넓은 파트너십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답했어요. 짧은 문장이지만 ‘일회성 주문’이 아니라 ‘장기 관계’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 구도는 기차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워요. AI 가속기가 기관차라면 HBM은 그 기관차에 실리는 연료 탱크 같은 부품이죠. 기관차를 만드는 쪽과 연료 탱크를 대는 쪽이 여러 세대에 걸쳐 짝을 맞추면, 두 회사 모두 다음 모델을 설계할 때 부품 수급을 미리 계산할 수 있습니다. 설계도 단계에서부터 손발을 맞추면 개발 기간도, 비용도 줄어들거든요.
숫자도 힘을 보탭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MI455X용 HBM4 우선 공급사로 이름을 올렸고, 3월 방한 당시 수 회장은 이재용 회장과 승지원에서 만나 평택캠퍼스 생산라인도 둘러봤습니다. 약 7개월 만에 다시 성사된 회동인 만큼, 업계에서는 삼성 파운드리가 AMD를 고객으로 확보할 경우 흑자 전환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와요.
같은 날 오후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는 ‘AMD 게이머 데이’ 행사가 열렸습니다. 수 회장은 이 자리에서 “AI가 최고 수준의 컴퓨팅 성능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게이밍 역시 컴퓨팅의 매우 중요한 핵심 영역”이라며 “고성능 컴퓨팅이 필요한 모든 소비자와 기업 사용자를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어요. 라이젠 CPU와 라데온 GPU를 쓰는 한국 게이머를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는 사용자”라고 평가한 대목도 눈에 띕니다. 잭 후인 수석부사장은 게임 화면 업스케일링 기술 FSR4 등 머신러닝 로드맵도 소개했습니다.
외부 시각도 비슷합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회동을 두고 “AMD가 AI 가속기 물량을 늘리려면 안정적인 메모리 공급선이 필수”라며 “한국 메모리 두 곳이 동시에 파트너로 언급된 점이 상징적”이라고 짚었습니다. 한 곳에만 의존하지 않으려는 AMD의 계산과, 최선단 공정 고객을 늘리려는 삼성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에요.
한국 메모리 업계 입장에서 이번 회동이 각별한 이유도 있습니다. HBM은 만드는 것만큼 ‘누구에게 먼저 대느냐’가 중요한데, AMD가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동시에 파트너로 부르면 두 회사 모두 물량을 확보할 여지가 커지거든요.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메모리사에게 AMD라는 두 번째 큰손이 생기는 셈입니다.
이번 변화는 한국 반도체가 ‘부품 공급’을 넘어 AI 인프라 설계 단계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혀요. 메모리 한 종류를 잘 만드는 회사에서, 글로벌 AI 칩 로드맵을 함께 그리는 회사로 포지션이 옮겨가는 셈이죠. 다음 관전 포인트는 8일 예정된 간담회입니다. 국산 NPU 기업들과 정부가 같은 자리에 오르면, 협력의 축이 메모리에서 AI 생태계 전체로 넓어지는지가 드러날 거예요.
원문: 연합뉴스 — 리사 수 “삼성·SK 핵심 파트너…HBM 협력 여러 세대 간다”
보조 출처: 연합뉴스 — AMD 리사수, 삼성 전영현·SK 곽노정 만나 AI 협력방안 논의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10-07 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