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매출은 9%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왜 56%나 뛰었을까요. 답은 이 회사가 ‘파는 구조’에서 ‘되파는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잘 팔리는 제품을 하나 더 내놓는 것보다, 이미 확보한 고객에게 계속 파는 힘을 키운 게 주효했다는 뜻이에요.
LG전자는 7일 2026년 3분기 연결기준 매출 23조8270억원, 영업이익 7818억원을 잠정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9%, 영업이익은 13.5% 늘었어요.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71조3807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4조346억원입니다. 누적 기준으로 매출 70조원과 영업이익 4조원을 동시에 넘긴 건 올해가 처음이에요.
주목할 건 이익의 질입니다. 누적 매출이 9.2% 늘 때 누적 영업이익은 55.9% 뛰었어요. 이익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의 6배에 달합니다. 누적 영업이익률도 5.7%까지 올라섰고, 중동 전쟁과 물류비 상승이라는 악재 속에서 거둔 성적이라 의미가 남다릅니다. 특정 분기의 일회성 호재가 아니라 연중 내내 이어진 흐름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죠.
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실적을 떠받친 두 축은 생활가전(HS)과 전장(VS)입니다. 생활가전은 프리미엄과 볼륨존을 나눠 공략하면서 구독·온라인·B2B를 더해 판매 방식을 다변화했어요. 제품을 한 번 팔고 끝내는 게 아니라 매달 요금이 들어오는 구조로 바꾼 겁니다. 전장은 쌓아둔 수주잔고가 하나씩 매출로 바뀌면서 안정적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고요.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비중이 커진 것도 이익률에 도움이 됐습니다.
쉽게 말해 예전엔 비싼 물건을 많이 파는 게 관건이었다면, 지금은 한 번 확보한 고객에게 계속 파는 힘이 관건이 된 셈이에요. 실제로 원가구조를 효율화해 물류비·재료비 인상분을 흡수하고도 이익을 남겼습니다. 매출이 늘자 고정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영업 레버리지’가 작동한 거죠. 비용이 오르는 국면에서 이익률을 끌어올렸다는 건 수익 체력이 한 단계 강해졌다는 뜻입니다.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3.3%로 누적 평균을 밑돌았고, 누적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상반기에 벌었어요. 하반기로 갈수록 이익이 얇아지는 편차가 남은 숙제입니다. 냉난방공조(ES) 사업도 매출은 지켰지만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을 겨냥한 선행 투자와 인력 충원 비용이 반영되며 수익성이 소폭 줄었죠. TV를 담당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MS) 사업은 올레드와 웹OS 플랫폼 성장으로 흑자 기조를 지켰습니다.
업계 시각도 엇갈립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가전과 전장이 만든 반복 매출이 실적의 하방을 받쳐주는 구조”라며 “다만 신사업 투자비가 본격 반영되는 내년 상반기가 진짜 시험대”라고 짚었어요. 지금의 이익 개선이 구조적 체질 변화인지, 업황 호조에 기댄 일시적 현상인지를 가르는 갈림길이라는 겁니다.
시장의 반응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날 발표를 전후해 LG전자는 ‘질적 성장’이라는 평가와 ‘하반기 이익 둔화’라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에도 신사업 투자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구독과 B2B 매출이 확대되면 내년 실적의 변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본업의 현금창출력이 신사업의 자금줄이 되는 선순환이 자리 잡을지가 관건이에요.
이번 발표는 한국 제조 대기업이 ‘많이 파는 회사’에서 ‘꾸준히 버는 회사’로 체질을 바꾸는 중이라는 신호로 읽혀요. 관건은 이 흐름이 AI 데이터센터 냉각과 로봇 부품 같은 신사업으로 이어지느냐인데, 양재 로봇 데이터팩토리와 창원 액추에이터 양산 인프라가 그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본업에서 번 현금이 새 사업의 씨앗이 되는 그림이 완성되는지, 내년 실적이 그 답을 보여줄 거예요.
원문: 전자신문 — LG전자, 3분기 누적 영업이익 4조 첫 돌파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10-07 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