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을 환영한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이 6일 244억8000만원 규모 장비 수주를 공시하면서 남긴 한마디예요. 회사가 삼성전기로부터 받은 주문은 반도체 패키지를 자르고 검사하는 ‘마이크로 쏘&비전 플레이스먼트(MSVP)’ 장비입니다.
반도체 ‘뒷정리’ 장비가 뭐길래
반도체 공정은 크게 앞단과 뒷단으로 나뉘어요. 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기는 앞단이 화려한 무대라면, 완성된 칩을 잘라내고 포장하고 불량을 걸러내는 뒷단은 보이지 않는 심판이에요. MSVP는 이 뒷단의 필수 장비로, 정밀 절단기인 ‘마이크로 쏘’와 세척·건조 뒤 비전 검사와 선별·적재를 맡는 ‘비전 플레이스먼트’를 한 몸에 묶었습니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물론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스템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유리기판까지 두루 쓰여요. 한미반도체가 1998년 비전 플레이스먼트 1세대를 내놓고 2021년 국내 최초로 쏘 브랜드 ‘마이크로 쏘’를 국산화한 뒤, MSVP는 회사의 간판 제품이 됐습니다.
2012년 이후 멀어졌던 사이
이번 계약이 눈길을 끄는 건 규모보다 맥락이에요. 한미반도체는 2012년 삼성전자 자회사였던 세크론(현 세메스)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벌여 승소한 뒤, 삼성그룹과의 거래가 크게 줄었거든요. 그런 회사가 삼성전기에서 245억원어치를 한 번에 받아든 건 이례적이에요.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관계 회복의 신호로 읽는 시선도 있습니다. 회사는 납기 준수와 설치·셋업 품질을 최우선으로 관리하고, 전담 애프터서비스 인력과 차량을 배치하겠다고 밝혔죠.
뒤에서 커진 후공정 시장
후공정이 다시 주목받는 데는 AI 반도체가 한몫했어요.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구조라, 층마다 잘라내고 검사하는 공정이 훨씬 까다로워졌거든요. 칩 하나가 불량이면 값비싼 적층 전체가 버려지니, 절단과 검사 장비의 정밀도가 곧 수율로 이어집니다. 칩 성능을 앞단의 미세화만으로 끌어올리기 어려워지면서, 패키징과 검사 같은 뒷단 기술이 실적을 가르는 변수로 떠오른 배경이에요. 삼성전기가 유리기판 등 차세대 기판 투자를 늘리는 것도 같은 방향의 수요입니다.
이 시장의 주도권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어요. 후공정 장비는 오랫동안 해외 업체가 앞서 있었는데, HBM이나 유리기판처럼 공정 자체가 새로 바뀌면 국산 장비가 먼저 검증받을 기회가 열리거든요. 한미반도체는 애초에 이 영역에서 점유율을 쌓아온 회사고, 이번 수주는 삼성 계열사가 차세대 기판 생산라인에 국산 장비를 다시 올린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245억, 다시 이어질까
이번 주문은 국내 반도체 장비사가 그룹 계열사 문을 다시 두드린 사례로 남을 거예요. 곽 회장의 “삼성그룹을 환영한다”는 말에는 오랜 공백을 딛고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죠. 다만 245억원은 한미반도체 연매출에 견주면 큰 비중은 아니어서, 단발성 주문인지 정례 거래의 시작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해요. HBM과 유리기판 투자가 본격화하는 내년, 삼성 계열사향 수주가 이어지는지가 이번 계약의 무게를 가를 전망이에요.
원문: 연합뉴스 — 한미반도체, 삼성전기서 245억 규모 장비 수주…”삼성그룹 환영”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10-06 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