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닫혔던 대기업 병역특례 문이 14년 만에, 그것도 AI 분야에서 다시 열립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황정아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받은 ‘2027년도 병역지정업체(연구기관) 선정 추천 명부’에 LG전자와 HD현대로보틱스, 삼성메디슨, 삼성전자 네 곳이 이름을 올렸어요. 과거에는 사실상 막혀 있던 길인데, 이번에는 예외가 아니라 제도로 문이 열린 셈입니다.
2013년과 2027년, 무엇이 달라졌나
전문연구요원은 이공계 석·박사가 군 복무 대신 연구 현장에서 3년 동안 연구에 종사하는 제도입니다. 2013년 중소기업 연구개발 인력 확보를 이유로 대기업 신규 배정이 전면 중단됐고, 그 뒤로는 대기업 연구소에서 병역을 마칠 방법이 없었죠. 이공계 성장 사다리를 좁힌다는 비판이 꾸준히 따라다닌 이유입니다.
정부가 다시 열어준 창구는 AI 분야 하나입니다. 병무청이 지난 6월 고시를 통해 내년도 AI 분야 석사과정 전문연구요원 240명 가운데 연간 120명을 대기업 연구소 몫으로 배정했어요. 과기정통부가 추천한 네 곳은 이 물량을 받을 후보입니다.
추천 명부를 들여다보면 ‘AI’라는 단어가 챗봇만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을, 삼성메디슨은 의료영상 장비를 만드는 회사예요. 정부가 AI와 더불어 로봇·의료기기 같은 전략기술 인재까지 국내에 묶어두겠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요건 세 개, 정원은 절반만 찼다
문제는 선정 요건입니다. 병무청 자료를 보면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 5% 이상, 중소기업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 분야, 객관적인 R&D 성과 입증까지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하거든요. 세 과목 모두 기준선을 넘어야 하는 셈이라, 하나만 걸려도 추천 단계에서 탈락합니다.
그 결과가 숫자로 드러났습니다. 대기업 연간 배정 규모는 120명인데 추천 명부상 필요 인원은 81명으로, 정원의 67.5%에 그쳤어요. 39명이 빈자리로 남았고, 요건을 맞추지 못해 추천받지 못한 대기업도 있었습니다. AI 인재는 넘치는데 제도의 문턱이 높게 잡힌 모양새입니다.
운영 기간도 짧습니다. AI 분야 대기업 배정은 2027년부터 2029년까지 3년 한시입니다. 병무청의 최종 선정과 인원 배정 절차가 남아 있어, 추천받은 인원이 그대로 반영될지도 아직 미정이에요.
“14년 만에 대기업 전문연구요원이 복원되는 만큼 인재와 전략기술 확보 측면에서 더 과감하게 병역특례를 개방해야 한다” — 황정아 의원
이게 우리한테 뭐가 의미 있냐면요
병역 문제로 연구를 멈추거나 해외로 떠났던 인력이 국내에 남을 통로가 생긴다는 게 핵심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국내 최대 규모의 AI 연구 조직을 갖고 있어서, 청년 연구자가 그 인프라를 쓰면서 병역을 마칠 수 있다는 건 개인과 회사 양쪽에 이득이거든요.
다만 정원의 3분의 2만 채워진 추천 명부는 제도의 취지보다 요건이 앞선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한 제도는 결국 문턱의 문제로 남게 되고, 문턱이 높으면 인재는 다시 해외를 봅니다. 이번 발표는 대기업 병역특례가 완전히 돌아왔다는 신호라기보다, 첫 회차부터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한 채 실효성을 시험받게 됐다는 신호로 읽혀요. 남은 절차는 병무청의 최종 선정이고, 실제 배정 규모는 2027년 병역 판정과 함께 확인될 예정입니다.
- 원문: 연합뉴스 — ‘AI 병역특례’ 14년 만에 대기업 문 열린다…삼성·LG 유력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9-20 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