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美 통신사는 수십년째 혁신이 없어요”

“무선 업계는 수십 년째 혁신이 없습니다.” 스페이스X 최고재무책임자(CFO) 브렛 존슨이 9월 16일 미국 3대 이동통신사를 향해 던진 말이다. 같은 날 존슨은 스타링크의 휴대폰 직접 연결 서비스가 기존 통신 서비스와 같은 값이나 그보다 조금 싼 값에 팔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페이스X 로고와 발사체 이미지

98% 대 2%의 계산

공방의 시작은 AT&T 최고경영자 존 스탠키다. 그는 최근 전통 통신사가 이미 미국 네트워크 트래픽의 98%를 처리하고 있고, 위성은 나머지 ‘빠진 2%’에만 필요하다고 말했다. 존슨은 이 계산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기존 서비스가 사실상 같아진 지 오래인 반면, 스타링크는 음영 지역이 없고 글로벌 로밍이 가능한 상품을 같은 가격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3대 사업자가 우리를 조금 걱정했던 겁니다.”

존슨은 또 미국 3대 통신사가 추진 중인 위성 합작법인을 두고 ‘카르텔 아니냐’는 표현까지 꺼냈다. 법률 판단은 법조인에게 맡기겠다면서도, 업계 전체가 스타링크의 서비스 경쟁력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일론 머스크가 최근 “스페이스X는 위성에서 휴대폰으로 직접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할 것”이라며 중간 유통 단계가 없다고 강조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머스크는 가정용 안테나와 휴대폰을 하나의 계정으로 묶는 구상도 언급했다.

주파수 전쟁의 다음 라운드

배경에는 주파수 확보 경쟁이 있다. 스페이스X는 위성 직접연결용 대역을 넓히기 위해 규제 당국에 추가 개방을 요청해 왔고, 기존 통신사들은 같은 대역을 지상망에 쓰고 있다.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스페이스X의 위성 셀룰러 목표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AT&T 경영진은 최근 스타링크에 대한 기대를 한 단계 낮추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숫자는 양쪽 모두에게 불리하게 읽힌다. 이동통신사는 98%라는 점유율로 기존 인프라의 가치를 강조하고, 스페이스X는 음영 지역과 로밍이라는 빈틈을 파고든다. 문제는 요금이다. 스타링크가 기존 요금제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음영 지역과 글로벌 로밍을 얹는다면, 소비자 선택은 요금표가 아니라 커버리지 지도에서 갈리게 된다.

직접연결 서비스의 시간표

스타링크 휴대폰 서비스의 상용 일정은 이미 한 차례 밀렸다. 스페이스X는 규제 당국에 제출한 자료에서 위성 직접연결 서비스 시점을 2028년으로 늦췄고, 아시아에서는 KDDI와 위성통화 계약을 맺어 첫 발을 뗐다. 요금표를 완성하려면 대역폭과 가입자당 원가가 확정돼야 하는데, 두 값 모두 규제 당국의 대역 배분에 달려 있다. 미국 FCC는 1GHz 대역 개방을 두고 9월 30일 표결을 예고했다.

지상망 사업자들이 위성 합작에 나선 것도 같은 계산의 결과다. 위성과 지상망이 같은 요금제 안에서 경쟁하면 커버리지는 부가 기능이 아니라 가격 결정 요소가 된다. 트래픽 기준 98%와 2%라는 구도는 매출 기준으로는 뒤집힐 수 있다. 음영 지역과 로밍 수요는 규모는 작아도 단가가 높은 시장이다.

요금 경쟁의 조건

스타링크가 기존 통신사 요금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려면 위성 한 기가 감당하는 가입자 수를 늘려야 한다. 위성 직접연결은 지상 기지국 없이 휴대폰과 위성이 곧바로 통신하는 방식이라, 같은 대역폭으로 더 많은 가입자를 처리하는 것이 원가의 핵심이다. 스페이스X가 V3 위성의 용량 확대와 대역 추가를 함께 추진하는 이유다.

반대로 통신사 진영의 논리는 방어선이 명확하다. 이미 깔린 지상망의 트래픽 처리 능력과 요금제 결합 상품, 단말 보조금은 위성 사업자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자산이다. 두 진영의 경쟁은 새 시장을 여는 싸움이 아니라 기존 가입자를 어느 쪽으로 옮기느냐의 문제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위성과 지상망의 경계

이번 설전은 위성 인터넷이 통신 시장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두 진영이 같은 주파수와 같은 고객을 두고 정면으로 부딪히기 시작했다는 뜻이고, 규제 당국의 대역 배분 결정이 양쪽의 성장률을 가를 변수가 될 것입니다. 스타링크가 실제로 요금 경쟁력을 입증하는 시점과, 미국 통신 3사의 위성 합작법인이 어떤 조건으로 인가를 받는지가 다음 분기 이 시장의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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