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3000억원.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2024년 SK텔레콤 자회사 사피온과 합병하며 평가받은 기업가치다. ‘한국 최초 AI 반도체 유니콘’이란 수식어가 붙은 이 회사가 이번엔 엔비디아의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CEO와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두 회사는 투자와 전략적 제휴, 기술 협력, 나아가 인수 가능성까지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라 최종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리벨리온은 2020년 설립돼 AI 추론, 즉 AI 서비스 실행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용 신경망처리장치(NPU) 설계에 집중해 온 회사다. 대표 제품인 ‘아톰(ATOM)’ 시리즈는 학습을 마친 모델이 답을 내는 추론 작업을 낮은 전력과 비용으로 처리하는 데 특화돼 있다. 2024년 SK텔레콤의 AI 반도체 자회사 사피온과 합병하면서 기업가치 1조3000억원을 인정받았고, 국내 최초 AI 반도체 유니콘으로 출범했다. 회사 측은 “최근 미팅이 있었던 것 자체는 맞고 흔한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무슨 일로 만났는지 밝히기는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엔비디아가 리벨리온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까지 엔비디아는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막대한 연산 능력으로 시장을 지배해 왔다. 그런데 AI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실제 답을 생성하는 추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설립 초기부터 이 추론에 특화한 저전력·저비용 칩을 만들어 왔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비용 부담이 커질수록 이런 칩의 가치가 올라가는 구조다. 엔비디아조차 삼성 파운드리를 통해 추론 전용 칩을 따로 내놓기 시작한 흐름과 맞물린다.
더 넓게 보면 이번 회동은 AI 반도체 경쟁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옮겨가는 전환점에 놓여 있다. 학습용 GPU는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해 왔지만, 추론 시장은 아직 판도가 정해지지 않았다.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같은 국내 팹리스가 노려 온 곳도 바로 이 추론 틈새다. 엔비디아가 그 틈새의 강자를 직접 품으려 한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은 스타트업 한 곳의 사안이 아니라 추론 칩 시장의 지형도를 흔들 수 있는 사건으로 읽힌다.
국산 NPU 생태계도 이번 접촉의 배경이다.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같은 국내 팹리스가 학습용 GPU를 대신할 추론 전용 칩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정부도 ‘K-엔비디아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여 육성에 나섰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 2500억원을 리벨리온에 첫 투자했고, 상장사 비투엔도 100억원 규모 간접투자를 단행했다. SK텔레콤과 코난테크놀로지가 리벨리온과 ‘국산 AI 삼각동맹’을 맺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리벨리온은 IPO를 추진 중인데, 코스피와 코스닥 중 어디에 상장할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엔비디아와의 접촉은 국산 AI 칩 생태계가 ‘정부 보호 육성’ 단계를 넘어 글로벌 빅테크의 실질적 협력 대상으로 올라섰다는 신호로 읽혀요. 그만큼 국산 추론 칩의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다만 인수로 이어질 경우 국산 NPU 주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어요. 당장은 이번 회동이 계약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IPO 시점과 상장 시장 선택이 이 회사의 다음 변곡점이 될 겁니다.
- 원문: 파이낸셜뉴스 — 젠슨 황, 韓 리벨리온 대표와 회동…기술 협력·인수 가능성 거론
- 보조: 블로터 — 국민성장펀드, ‘리벨리온’ 2500억 첫 투자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8-25 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