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AI 실증, 광주에서 전국으로 넓힌다

“AI 경쟁의 진정한 성과는 산업 현장과 국민 일상에서 활용되는 AI를 구현하는 데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4일 자율주행 AI 로드맵을 의결하며 남긴 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배 부총리 주재로 제12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서면 개최하고 ‘자율주행 AI 실증 및 상용화 로드맵’ 등 3개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핵심은 광주 실증도시에서 시작한 자율주행 실증 규모와 지역을 대폭 넓히는 것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현재 광주를 달리는 실증차 200대를 3000대 수준으로 늘리고, 광주 외 지역 3곳을 추가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지금 광주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아이오닉5 기반 자율주행차 200대가 도심을 달리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운전자 없는 차가 실제 도로에 풀린 국내 첫 대규모 실증 현장이다. 정부가 이 판을 전국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실증 판을 키우는 이유는 데이터다. 미국과 중국이 자율주행 상용화를 빠르게 밀어붙이는 가운데, 국내 기술격차를 줄이려면 다양한 주행데이터를 대규모로 모아 국산 자율주행 AI를 학습시켜야 한다는 판단이다. 데이터가 곧 자율주행 AI의 성능과 범용성을 가르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는 수입차 업체들까지 한국의 자율주행 시장 개방을 노리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웨이모 같은 로보택시가 이미 상업 운행에 들어갔고, 중국도 주요 도시에서 무인 택시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정부는 자율주행을 ‘피지컬 AI’의 대표 산업으로 본다. 소프트웨어로 답을 내는 챗봇과 달리, 실제 도로에서 차량을 움직이는 AI는 기술 수준을 입증하기 위해 실도로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실증 규모를 늘리지 않으면 미국·중국과의 격차를 좁힐 수 없다는 인식이 이번 로드맵에 깔려 있다.

상용화 그림도 구체적이다. 운수업계와 노동조합, 자율주행 기업, 플랫폼 업계가 참여하는 이익공유형 상생 모델을 만들고, 보험·관제·차량 관리·정비 같은 전후방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조성한다. 실증 현장의 안전 운행과 사고 대응을 위한 현장대응체계도 구축한다. 파이낸셜뉴스는 글로벌 자율주행 경쟁의 축이 속도전에서 ‘안전 입증’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업계 시각을 전했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과기정통부, 산업부, 경찰청이 기술 개발과 실증, 법·제도 개선을 함께 추진하고,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범정부 거버넌스를 맡는다.

같은 회의에선 ‘7대 SEED’ 보고회 후속인 ‘딥테크 창업 활성화 전략’도 의결했다. 우수 R&D 성과를 창업으로 잇는 딥테크 실증종합지원센터를 짓고, 연구자 창업을 돕는 AI 에이전트와 이공계 청년 대상 창업 프로그램 ‘TeX-Corps’를 확대한다. 투자형 R&D 시범사업과 딥테크 특화 초장기 펀드도 마련한다.

이번 로드맵은 정부가 자율주행을 ‘기술 시연’이 아니라 ‘데이터 확보 경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혀요. 실증 규모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운수업계와의 이익 공유까지 설계한 점이 이전과 다른 대목이에요. 상용화로 가는 길목에 놓인 법·보험·책임 문제를 정부가 함께 풀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어요. 다만 미국과 중국이 이미 무인 서비스를 도심에 풀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의 실증 확대가 실제 상용 서비스로 얼마나 빨리 이어지느냐가 남은 과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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