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네이처에 “빛의 메모리” CPO 로드맵

AI 반도체의 연산 능력은 해마다 가파르게 올라가는데, 정작 칩 사이에서 데이터가 오가는 ‘길’은 여전히 구리선에 머물러 있거든요. 계산 속도는 빨라졌지만 데이터가 이동하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AI 데이터센터의 병목은 이제 칩 자체가 아니라 ‘연결’에서 터지고 있어요. 전력 소모와 발열도 함께 늘어나고요. SK하이닉스가 바로 이 지점을 빛으로 뚫겠다는 로드맵을 세계 최상위 학술지에 내놓았어요.

SK하이닉스는 20일, 칩과 메모리를 빛(광)으로 연결하는 차세대 기술 CPO(코패키지드 옵틱스)의 로드맵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게재했다고 밝혔어요. 조선비즈는 이번 논문을 ‘차세대 광 연결의 청사진’으로, 디일렉은 “메모리도 빛으로 연결”하는 구상이라고 소개했어요. HBM으로 AI 메모리 시장을 이끄는 SK하이닉스가 ‘HBM 다음은 빛’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셈이에요.

CPO를 쉽게 풀면 이래요. 지금까지 칩과 칩, 칩과 메모리는 전기 신호를 구리선으로 주고받았는데,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이 구리선이 좁은 골목길처럼 막히고 발열까지 커져요. 전기 신호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손실도 커지거든요. CPO는 이 구리선을 광섬유로 바꿔, 데이터가 빛의 속도로 오가는 넓은 고속도로를 깔아 주는 기술이에요. 같은 에너지로 훨씬 많은 데이터를 훨씬 먼 거리까지 보낼 수 있어요.

HBM의 성공 경험이 이번 도전의 밑바탕이에요. SK하이닉스는 AI 칩에 붙는 초고속 메모리 HBM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에요. 이제는 메모리 안에서의 속도뿐 아니라, 메모리와 칩 사이를 잇는 ‘길’의 속도가 다음 병목이 됐다는 판단이 깔려 있어요. ‘메모리를 빠르게’에서 ‘연결까지 빠르게’로 영역을 넓히는 자연스러운 확장인 셈이죠.

숫자와 이름을 정리하면 이래요. 논문 게재처는 네이처 일렉트로닉스, 발표 시점은 8월 20일, 핵심 기술은 CPO예요. 특히 이번 로드맵은 칩 한 개 단위를 넘어 랙(rack)과 포드(pod) 단위까지 광 연결을 확장하는 청사진을 담았고, 메모리까지 광 연결 범위에 넣은 점이 눈에 띄어요. AI 서버가 수천 개 칩을 묶어 돌아가는 구조인 만큼, 연결 단위가 커질수록 이 기술의 파급력도 커져요.

업계는 이번 발표를 ‘AI 경쟁의 무대가 칩에서 시스템으로 옮겨가는 신호’로 읽고 있어요. 이미 엔비디아도 전기 대신 빛을 쓰는 광반도체에 힘을 주고 있고, 삼성전자 역시 관련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어요. 이런 흐름 속에서 HBM 1위인 SK하이닉스가 데이터가 흐르는 ‘길’까지 장악하겠다고 나선 거죠. 광통신 시장은 AI 팩토리가 커질수록 함께 성장해 2030년 39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요.

이번 논문이 단순한 연구 성과 발표로 그치지 않는 이유가 있어요. HBM에서 세계 1위를 달리는 SK하이닉스가 광 연결 기술까지 손에 넣으면, 엔비디아 같은 AI 칩 업체에 메모리와 연결 기술을 한 번에 공급하는 ‘시스템 설계자’로 올라설 수 있거든요. 이는 반도체 경쟁의 축이 부품 하나를 파는 단계에서 시스템 전체를 설계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혀요.

다만 로드맵이 실제 양산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요. 광 연결 부품의 가격과 양산 수율, 표준화 같은 과제도 남아 있고요. 그래도 네이처 같은 최상위 학술지에 청사진이 실렸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반도체가 다음 세대 연결 기술에서도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뜻으로 보여요. 내년부터 광 연결을 둘러싼 삼성과 SK하이닉스, 그리고 글로벌 업체들의 움직임이 한층 빨라질 가능성이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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