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삼성 HBM4 성공에도 자만 경고

삼성전자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쓰고 HBM4에서 SK하이닉스를 추월한 바로 그 시점에, 정작 반도체 사령탑은 ‘자만’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왜 지금 이런 내부 경고가 나왔을까요. 그 답은 최근 삼성 반도체에 번지고 있는 자신감의 온도와 정확히 반대로 향해 있어요.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 사업 경영진 회의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강도 높은 기강 잡기에 나섰습니다. 특히 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를 추월한 것을 두고 이렇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어요.

“삼성전자가 언제부터 SK하이닉스를 이기는 것을 목표로 일했느냐.”

실적에 대해서도 냉정했습니다. 전 부회장은 경영진에게 “우리 실력이 기여한 부분은 30% 정도”라고 평가했는데, 나머지 70%는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메모리 공급 부족, 가격 상승 같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뜻이에요.

이 경고가 무겁게 느껴지는 건 삼성 반도체가 겪어온 최근 몇 년의 굴곡 때문이에요. 삼성전자는 HBM3와 HBM3E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주며 한동안 ‘메모리 최강자’의 자존심을 구겼습니다. 2025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HBM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62%였고, 삼성전자는 17%로 마이크론(21%)에도 밀렸어요. 전 부회장이 2024년 초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복귀하고 그해 5월 DS부문장을 맡은 뒤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내걸고 반전을 이끌어온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숫자로 보면 상황이 더 선명해져요.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171조 5,000억 원, 영업이익 89조 5,000억 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DS부문이 매출 127조 5,000억 원과 영업이익 89조 2,000억 원을 거두며 사실상 전체 이익을 책임졌습니다. HBM4는 올 2월 업계 최초로 양산에 들어가 최대 초당 13기가비트(Gbps) 성능으로 경쟁사를 앞섰어요.

사실 이런 경고는 처음이 아니에요. 지난해 말에도 전 부회장은 메모리 업황 개선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하자 임직원들에게 “경쟁사를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거든요. 호황 속에서도 위기의식을 놓지 않는 이유는, 반도체는 한 세대만 뒤처져도 시장 주도권을 통째로 내줄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추격은 다시 시작되고 있다

반격도 만만치 않아요. SK하이닉스는 6월 주요 고객사에 최대 16Gbps의 12단 HBM4E 샘플을 공급했고, 마이크론도 맞춤형 HBM4E를 두고 고객사와 협업하며 2027년 양산 확대를 준비 중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삼성전자의 2분기 기록적 실적에 메모리 가격 급등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어요.

이번 메시지는 HBM4 한 번의 성공을 ‘완성’이 아니라 ‘출발점’으로 보라는 경고로 읽혀요. 전 부회장이 노리는 건 경쟁사가 쉽게 따라오지 못할 초격차를 HBM5·6·7 세대까지 이어가는 것인 만큼, 삼성 반도체의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에요. 시장은 당분간 이 ‘자만 경계’가 어느 정도의 기술 격차로 증명될지를 지켜볼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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