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머스크는 인류 최대 규모 AI 칩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정작 전력 공급원으로 자사 태양광 패널이 아닌 천연가스 터빈을 선택했을까.
2026년 8월 10일, 스페이스X가 텍사스주에 168억 달러(약 22조 5천억 원)를 투자해 ‘테라팹(Terafab)’ 프로젝트 1단계에 착수한다고 Manufacturing Dive 등 복수 매체가 보도했다. 머스크는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스페이스X의 AI 컴퓨팅 수요는 테슬라의 3배에 달할 것”이라고 밝히며, 테라팹이 단순한 반도체 공장을 넘어 머스크 제국 전체의 AI 인프라 허브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테라팹은 보잉 에버렛 공장(약 3천980만 제곱피트)의 5배가 넘는 총 1억 제곱피트(약 929만 제곱미터) 규모로 설계돼, 완공 시 단일 건물 기준 세계 최대 규모가 된다. 다만 XenoSpectrum은 “1억 제곱피트는 여러 층을 합한 연면적 기준이며, 실제 대지 면적은 기존 4개 대형 공장을 합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1단계 투자액 168억 달러만으로도 현재 반도체 산업의 단일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가장 주목받은 대목은 전력 공급 방식이다. 일론 머스크가 수년간 “태양광+배터리로 지구 전체를 탈탄소화하겠다”고 공언해온 테슬라 에너지 사업부가 있음에도, 테라팹은 테슬라 메가팩이나 솔라루프가 아닌 천연가스 터빈으로 가동된다. Electrek은 “머스크가 자사 가스 회사를 테슬라 솔라보다 우선시했다”고 꼬집었고, Tech Times 역시 “테라팹 확정: 스페이스X, 테슬라 태양광 대신 머스크 가스 회사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이 결정의 역설을 부각했다. 수십억 달러 규모 AI 칩 공장에 필요한 안정적 기저 전력을 확보하려면 가스 터빈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해석과, 머스크의 탄소중립 약속과 정면 배치된다는 비판이 엇갈렸다.
테라팹 발표와 함께 스페이스X의 2분기 실적도 주목받았다. TradingKey에 따르면 스타링크 가입자는 1,200만 명을 돌파했고, 연매출 기준 1,000억 달러 런레이트를 기록했다. 스페이스X 주가는 133달러까지 급등하며 Argus의 투자의견 상향 조정도 더해졌다.
국제금융(International Finance)은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테라팹에 공동 투자한다”고 보도하며 양사 합병설에 다시 불을 지폈다. Torque News는 “머스크의 테슬라-스타링크 통합 트윗이 합병을 기정사실화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테라팹이 스타링크 위성·옵티머스 로봇·사이버캡 로보택시 등 머스크 생태계 전반의 AI 추론을 담당할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결정은 머스크가 이상보다 현실을 택한 지점이라는 신호로 읽힙니다. 테슬라 솔라루프로 공장을 가동하는 그림은 상징적으로도 강력했겠지만, 연중무휴 가동돼야 할 AI 반도체 팹 앞에서는 결국 가스 터빈의 안정성에 손을 들어준 셈입니다. 테라팹 착공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1단계 규모가 168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2~3년의 건설 기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완공 시점이 다가올수록 머스크 생태계 내 ‘현실주의 대 이상주의’ 긴장은 더 자주 시험대에 오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