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 하이브리드 본딩, 화성서 준양산 체제 돌입

HBM3E까지는 ‘누가 더 빨리 D램을 쌓느냐’의 싸움이었다면, HBM4부터는 ‘누가 더 정교하게 붙이느냐’로 판이 완전히 바뀌고 있어요. 삼성전자가 바로 그 전환점에 해당하는 핵심 기술의 준양산 체제를 화성에서 갖추기 시작했거든요.

삼성전자가 경기도 화성사업장에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용 하이브리드 카파 본딩(HCB) 준양산라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HCB는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을 때 기존의 범프 연결 방식 대신 칩과 칩을 직접 맞붙이는 기술이에요. 미세한 구리 패드를 서로 접합시켜 연결하는 방식이라, 칩 간 거리를 대폭 줄이고 전력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어요.

이 기술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HBM4부터 칩 적층 수가 16단 이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에요. D램을 열 장 넘게 쌓으려면 기존 범프 방식으로는 발열과 신호 손실을 감당할 수 없어요. 업계에 따르면 HCB를 적용하면 칩 간 데이터 전송 속도가 기존 대비 최대 2배 빨라지고, 전력 소비는 30% 이상 절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삼성전자는 현재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상태예요.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2분기 추정치 기준 SK하이닉스의 HBM 점유율이 약 53%로 삼성전자(약 38%)를 크게 앞서고 있어요. SK하이닉스가 MR-MUF(매스 리플로우 몰디드 언더필)라는 독자 패키징 기술로 HBM3E 시장을 선점한 결과죠.

하지만 삼성은 HBM4부터 다른 전략을 그리고 있어요. ‘칩렛 설계 + 하이브리드 본딩’ 조합이 그 핵심 무기예요. 같은 HBM4라도 어떤 방식으로 쌓고 붙이느냐에 따라 성능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구조라서, HCB 양산 능력을 먼저 확보하는 쪽이 다음 라운드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삼성전자는 화성 HCB 라인을 올해 하반기 중 시험생산(파일럿) 단계로 진입시키고, 2027년 상반기까지 본격 양산 체제를 갖춘다는 로드맵이에요. 이 라인이 가동되면 삼성전자는 HBM4와 그 이후 세대에서 생산 경쟁력의 결정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번 투자는 오늘 코스피가 8% 넘게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날 나온 소식이라 더 눈에 띄어요. 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9% 가까이 하락한 날이지만, 회사는 단기 주가보다 2027년 이후를 내다보는 기술 투자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거든요.

다만 변수도 만만치 않아요. SK하이닉스도 이미 하이브리드 본딩 연구를 병행 중이고, TSMC마저 실리콘 포토닉스와 결합한 차세대 패키징으로 HBM 시장에 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삼성이 화성에서 그리는 큰 그림이 빛을 보려면, 준양산 단계에서 수율을 얼마나 빠르게 안정화하느냐가 결정적 관문이 될 전망이에요. 지난주 SK하이닉스가 HBM4 12단 양산 일정을 공식화한 가운데, 삼성의 화성 라인 투자는 HBM 시장 2파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읽혀요. 엔비디아가 HBM4 공급사를 선정할 올해 연말이 진짜 승부처가 될 거라는 게 반도체 업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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