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수출 통제를 시작한 지 3년이 넘었는데요. 그런데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 H200이 올해 초부터 중국과 홍콩에 수출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어요. 벽을 쌓았지만 물이 새고 있었던 셈이죠. 수출 통제라는 반도체 장벽이 실제로는 얼마나 효과가 있는 걸까요?
15일(현지시간) 제프리 케슬러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차관보가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내놓은 증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엔비디아의 H200 칩이 올해 초부터 중국과 홍콩으로 수출 중”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실제 공급된 초기 물량은 제한적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H200은 엔비디아의 최신 데이터센터용 GPU다. AI 훈련과 추론에 특화된 고성능 칩으로, 이전 세대 H100 대비 메모리 대역폭이 1.4배 향상된 제품이다. 2023년 말 출시 당시부터 중국 수출이 금지된 대표적 품목이다. 미국은 2022년 10월 첫 반도체 수출 규제를 발표한 이후 2023년, 2024년, 그리고 올해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규제를 강화해 왔다. 그런데도 최신 칩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이 정부 고위 관계자의 입을 통해 공식 확인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여러 우회 경로를 지목하고 있다. 동남아 중개상을 통한 제3국 우회, 중국 기업의 해외 데이터센터 임대 후 간접 접근, 그리고 규제 대상 칩보다 한 단계 낮은 사양으로 스펙을 내린 ‘다운그레이드 버전’ 유통 등이다. 케슬러 차관보가 말한 ‘제한적 물량’이라는 표현 자체가 이미 일정 규모의 유출을 시인한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로이터통신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경유한 AI 칩 유통량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소식이 한국 반도체 업계에 특히 예민한 이유는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두 회사 모두 미국의 수출 통제 프레임 안에서 첨단 장비 반입과 기술 이전을 꼼꼼히 관리해야 하는 처지다. H200 유출 건이 정치권에서 규제 강화 압력으로 이어지면 한국 기업들의 중국 사업 환경도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HBM을 앞세워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에 이어 올해 HBM5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HBM4 공급을 위해 엔비디아 퀄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수출 통제의 칼날을 예상보다 넓게 휘두르면 한국 기업들의 AI 메모리 수출 전략에도 예상치 못한 제약이 생길 수 있어요. HBM이 한국 반도체 수출 효자 상품으로 떠오른 지금, 이번 청문회 증언이 단순한 일회성 폭로인지 아니면 대중국 규제 체계 전면 재검토의 신호탄인지에 따라 한국 반도체 업계의 대응 전략도 완전히 달라질 거예요. 미중 칩 전쟁의 파고가 어디까지 번질지 한 치 앞도 놓칠 수 없는 순간이에요.
원문: ZDNet Korea — 美 정부, 엔비디아 H200 중국 수출 공식화…”초기 인도물량 미미”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7-15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