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2일 아침, 뉴욕 나스닥 거래소. 일론 머스크가 화상 링크로 연결된 스크린 앞에서 스페이스X의 IPO 개장 벨을 알리고 있었다. 이날 상장으로 그는 인류 최초의 트릴리어네어(자산 1조 달러 돌파)가 됐다. 그런데 정작 머스크가 그 전날 밤 X에 올린 글은 주식도, 우주도 아니었다. 영국 내 극우 정당 ‘리스토어 브리튼’의 루퍼트 로우 대표가 “경제적 자립이 안 되는 이민자는 추방하라”고 외치는 영상을 리포스트하고 있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공개한 분석에 따르면, 머스크는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둔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12일까지 13일간 X에 총 303건의 인종·이민 관련 포스트를 올렸다. 이 중 약 4분의 3이 영국 정치에 관한 내용이었다. 같은 기간 자신이 소유한 스페이스X 관련 포스트는 114건에 그쳤다. IPO를 앞둔 창업자가 회사보다 외국 정치에 3배 가까운 관심을 쏟은 셈이다.
가디언은 해당 기간이 머스크에게 사업적으로도, 영국 정치적으로도 가장 뜨거운 시기였다고 짚었다. 스페이스X가 비전문·비기관 투자자에게 이례적으로 많은 지분을 배정하며 머스크의 대중적 인기에 베팅한 시점이었고, 실제 750억 달러 목표를 넘어 857억 달러를 조달했다. 반면 영국에선 10대 헨리 노왁 살해 사건의 범인 비크럼 디그와에 대한 판결 이후 ‘반백인 차별’ 주장과 극우 시위가 격화되던 때였다. 벨파스트에선 나이프 공격 이후 폭력 시위가 번졌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당시 “머스크가 또다시 우리 정치에 개입해 분열을 선동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영국인은 합리적이고 관용적인 사람들이다. 노왁의 가족이 침착하게 대응한 것처럼 우리도 그래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머스크는 물러서지 않았다. 한 누리꾼이 “세계 최고 부자가 왜 해변에서 수십억 달러를 즐기지 않고 문화전쟁에 매달리냐”고 묻자, 머스크는 이렇게 답했다. “문명이 무너지면 다른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
머스크는 노왁 재판 이슈에 10분간 최대 5회까지 집중 포스팅하며 미국·프랑스·일본 계정까지 동원해 사건을 확산시켰다. 이 중 최소 20건은 1,0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런던정경대(LSE) 국제불평등연구소의 마이클 본 연구원은 “머스크의 부와 극우 인사들과의 얽힘이 민주주의 정치에서 왜곡적 존재로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래 주변부에 머물렀을 조직들이 머스크의 격려와 정당화를 통해 갑자기 지위와 정당성을 획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머스크가 2024년 여름 폭동 당시 영국 인종·이민 정치에 쏟은 포스트 비중은 전체의 7% 미만이었지만, 이번 IPO 직전 기간에는 31%로 급증했다. 2년 사이 그가 영국 정치에 쏟는 집중도가 4배 이상 치솟은 것이다.
머스크의 행보는 단순한 SNS 과몰입이 아니라 의도된 정치 개입 전략으로 읽힙니다. 자신의 플랫폼 X를 이용해 특정 국가의 선거·사법·치안 이슈를 실시간으로 증폭시키고, 그 과정에서 극우 진영과의 연대를 노골화하는 패턴은 이미 영국을 넘어 유럽 전역에서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 IPO라는 인생 최대 비즈니스 이벤트조차 그의 ‘문화전쟁’ 집착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가 기업가 정체성보다 정치적 영향력 행사를 더 핵심적인 존재 이유로 삼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다음 주 벨파스트 시위 관련 의회 청문회에서 스타머 정부가 머스크의 X 활동을 증거자료로 채택할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 원문: The Guardian — Elon Musk posted twice as often on UK race and immigration as about SpaceX in IPO run-up
- 작성: sw4u 8시뉴스 일관평 / 2026-07-05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