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대, AI에 반도체 설계 검증 맡겼더니

반도체 설계 규칙 1,000개, 검증용 도면 13,921장. AI가 이걸 모두 검토하고 검사 코드까지 작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사람이 하던 방식과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였어요. 삼성 AI센터와 서울대 송현오 교수 연구팀이 3일, 반도체 설계 검증을 자동화하는 AI 기술 ‘룰투디알씨(Rule2DRC)’를 공개했거든요.

반도체는 생산에 들어가기 전, 설계가 수천 개의 물리적·전기적 기준을 통과하는지 확인하는 설계 규칙 검사(DRC)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지금까지는 숙련된 엔지니어가 이 수천 개의 규칙을 하나하나 검사 코드로 옮겨 적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간과 전문성이 많이 들어가는, 반도체 설계 공정에서 가장 노동 집약적인 구간 중 하나로 꼽혀왔다.

연구팀이 이번에 내놓은 기술은 이 과정을 AI가 대신한다. 자연어로 작성된 설계 규칙 문서를 AI가 읽고, 거기에 맞는 검사 코드(DRC 스크립트)를 자동으로 작성한 뒤, 실제 검사 프로그램에서 실행해 정상 작동 여부까지 확인하는 식이다. 단순히 코드를 생성하는 수준이 아니라,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지까지 검증하는 완결형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성능 평가 체계도 공을 들였다. 연구팀은 1,000개의 설계 규칙과 13,921개의 반도체 설계 도면을 활용해 AI가 작성한 코드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여러 코드 후보 중 가장 적합한 결과를 자동으로 선택하는 기술까지 함께 개발했다.

삼성 AI센터와는 실제 업무 환경에서 바로 쓸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공동 개발했다. 설계 도면을 보면서 AI가 검사 코드를 작성하고, 자연어 명령 한 줄로 도면의 특정 영역을 선택하거나 일부 구조를 수정하는 기능까지 구현한 것이다. 연구진은 “자연어 기반 설계 수정과 멀티모달 AI로 발전시켜 완전 자율형 AI 에이전트를 구현하는 게 다음 목표”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단순한 학술 성과를 넘어 EDA(전자설계자동화) 분야에서 AI 활용을 획기적으로 넓힐 계기가 될 거라는 반응이 나온다. EDA 시장은 시놉시스·케이던스·지멘스 3사가 과점하고 있는데, 반도체 설계 자동화에 AI를 접목하려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EDA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200억 달러로 추산되며, 설계 복잡도 증가로 연평균 8% 이상 성장 중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AI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학회인 ICML 2026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이와 별도로 AI가 과거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 상황을 예측하는 ‘월드 모델’ 연구도 ICML 2026에 동시 채택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술이 현장에 들어오면 반도체 설계 검증의 속도가 달라질 거라는 건 분명해 보여요. 엔지니어 한 명이 며칠 걸리던 검증을 AI가 수 분 안에 끝내는 시대가 열리면, 그 시간과 인력을 더 복잡한 설계 과제에 투입할 수 있게 되는 셈이거든요. 삼성이 이 기술을 파운드리 현장에 얼마나 빨리 접목하느냐가 2나노 시대 공정 경쟁력의 또 다른 변수가 될 거라는 전망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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