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오후,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 실내체육관.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총수들이 연이어 연단에 올랐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우주항공·AI에 55조원을,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이 피지컬 AI 벨트 구축에 60조원을 내놓자 분위기는 금세 달아올랐다. SK 140조원, 현대차그룹 42조원까지 더해지니 이날 하루만 297조원 규모의 투자 청사진이 쏟아졌다.
영남을 AI·우주·로봇 전진기지로
가장 드라마틱한 그림을 꺼내든 건 한화였다. 김동관 부회장은 “2040년까지 우주항공과 AI에 55조원을 투자하겠다”며 독자 발사체, 관측위성, 우주 AI 데이터센터, 저궤도 위성통신망, 국방 AI 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통합 인프라 구상을 공개했다. 방산과 우주, 에너지 역량을 결합해 우주주권과 자주국방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의 플랜도 만만치 않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AI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 분야에 집중 투자해 영남권에 양질의 일자리 2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노태문 사장의 발언은 이날 보고회의 백미였다. 구미에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울산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추진하며, 부산과 거제를 AI 서버용 부품과 첨단 조선·해양 인프라의 핵심 거점으로 키운다는 로드맵이다.
SK는 140조원을 투자해 영남을 ‘아시아 최대 AI 인프라 허브’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도 10년간 42조원을 쏟아 자율주행·로보틱스·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미래 모빌리티 거점을 영남에 조성할 계획이다.
왜 영남인가
이번 3대 메가프로젝트의 마지막 권역인 영남은 기존 제조업 밀집 지역이라는 강점이 있다. 정부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영남권의 전력 인프라까지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중심의 충청권, 바이오 중심의 호남권에 이어 영남권이 AI·우주·로봇의 물리적 실행 기지로 자리 잡으면 대한민국 산업 지도가 3축 체제로 재편되는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297조원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앞으로의 실행력에 달렸다. 대규모 투자 발표가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기까지 인허가, 부지 확보, 인력 수급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한날한시에 국내 4대 그룹이 영남을 무대로 이처럼 구체적인 AI·우주·로봇 로드맵을 동시에 내놓은 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기업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같은 지도를 가리키기 시작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눈에 띄거든요. 한화의 우주, 삼성의 로봇, SK의 AI 인프라, 현대차의 모빌리티 —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결국 물리적 세계에 AI를 심는 ‘피지컬 AI’라는 큰 물줄기로 수렴하고 있어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피지컬 AI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3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인데, 한국이 제조 강국의 경험을 살려 이 레이스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번 발표는 영남이 그 물줄기의 첫 양수장이 될 거라는 선언으로 읽히고요. 앞으로 관건은 속도와 실행이지만, 4대 그룹이 한자리에서 한목소리로 방향을 가리킨 장면 자체가 한국 IT 산업의 다음 10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 같아요.
원문: 블로터 — 김동관 한화 부회장, 55조 투자 ‘AI 우주’ 시대 연다 / 블로터 — 삼성, 영남에 60조 투자 ‘피지컬 AI 벨트’ 추진 / 연합뉴스 — SK, 140조 승부수…영남에 ‘아시아 최대 AI허브’ 만든다 / 연합뉴스 — 현대차그룹, 10년간 영남권에 42조원 투자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7-03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