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리스트, ITC도 제소…삼성 AI칩 수입 막히나

왜 지금, 그것도 법원이 아니라 국제무역위원회(ITC)일까요. 넷리스트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17일(현지시간) ITC와 텍사스 동부지방법원(EDTX)에 새로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번 공세의 성격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요. 미국 내 수입 자체를 막을 수 있는 ITC 카드를 꺼냈다는 점에서, 단순한 손해배상을 넘어선 ‘시장 접근 차단’ 전략으로 읽히는 거죠.

넷리스트는 이번 소송에서 삼성전자의 HBM 제품과 DDR5 RDIMM·MRDIMM이 자사의 미국 특허 제12646537호제12650937호를 침해했다고 주장했어요. 그런데 더 주목할 점은 ITC 제소 대상에 삼성전자뿐 아니라 구글, 엔비디아, 슈퍼마이크로, 브로드컴까지 포함됐다는 거예요. AI 서버를 구성하는 핵심 기업들을 한꺼번에 겨냥한 셈이죠.

ITC는 무엇보다 속도가 무기예요. 일반 연방법원 소송이 수년 걸리는 반면, ITC 조사는 통상 1년 이내에 결론이 나요. 넷리스트는 ITC에 수입 배제명령(exclusion order)특허 침해 정지명령(cease and desist order)을 요청했어요. 수입 배제명령이 내려지면 해당 제품의 미국 내 반입이 원천 차단돼요. 삼성전자 입장에선 배상금보다 더 아픈 카드인 셈이에요.

넷리스트와 삼성전자의 특허 전쟁은 2021년부터 이어져 왔어요. 2023년 텍사스 동부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의 고의적 특허침해 5건을 인정해 3억315만 달러(약 4,600억원) 배상을 평결했고, 2024년에도 추가 3건에 1억1,800만 달러(약 1,795억원) 평결이 나왔어요. 홍춘기 넷리스트 대표는 19개월간 세 차례의 연방법원 평결로 누적 배상금이 8억6,600만 달러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어요.

홍춘기 대표는 이번 소송에 대해 “AI 메모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주도하고 있다”며 “차세대 서버용 DIMM과 HBM 기술의 무단 사용으로부터 해당 기술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LG반도체 출신인 그가 이끄는 넷리스트는 이미 과거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여러 차례 받아낸 전력이 있어요.

이번 ITC 제소가 특히 의미심장한 건 시점이에요. HBM4E 경쟁이 본격화되고 삼성전자가 HBM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바로 이 타이밍에 터졌거든요. 게다가 엔비디아와 구글이 피제소 대상에 포함됐다는 건, 넷리스트가 삼성전자의 핵심 고객사들까지 압박 범위에 넣었다는 뜻이에요. ITC 조사 과정에서 엔비디아나 구글이 삼성전자 HBM 대신 다른 공급처를 찾는 움직임이 나올 수도 있어요. 실제로 SK하이닉스는 HBM3E 시장에서 이미 53% 점유율(옴디아 기준)을 확보하고 있어 대체 공급선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죠.

이번 ITC 소송은 HBM이 단순한 메모리 칩을 넘어 AI 시대의 전략 자산이 됐다는 방증으로 읽혀요. 특허를 가진 쪽이 기술 표준을 넘어 시장 진입 자체를 통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죠. ITC가 실제로 수입 배제명령을 내릴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삼성전자로서는 AI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리스크 관리가 예전보다 훨씬 복잡한 방정식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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