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 보고서의 주인공은 미국과 중국이었어요. 올해는 한국이 별도 사례로 등장했습니다.
글로벌 AI 투자사 에어스트리트캐피털이 8일(현지시간) 내놓은 ‘2026년 AI 현황 보고서(State of AI Report 2026)’가 한국을 정부 주도의 AI 시장 육성 모델로 따로 다뤘어요. 보고서는 한국이 정부 조달과 AI 바우처 등을 통해 국내 AI 기업의 판로를 넓히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공공기관의 AI 구매, 기업의 AI 도입 지원, 국민의 AI 이용 확대를 주요 사례로 꼽았죠.
투자 규모도 구체적으로 소개했어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26년 AI 예산은 9조 9000억원이고, 정부는 2028년까지 GPU 최소 5만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내 AI 반도체 육성과 전문 인력 양성, 독자 AI 모델 개발도 주요 정책으로 이름을 올렸어요.
이 대목은 세계 각국이 벌이는 ‘소버린 AI’ 경쟁 속에서 조명됐습니다. 소버린 AI는 해외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자국에서 AI 모델과 인프라를 직접 개발·운영하려는 움직임이에요. 남의 두뇌를 빌려 쓰는 게 아니라, 내 데이터와 내 모델로 판단하는 힘을 갖추자는 겁니다. 보고서가 인용한 미국 신안보센터(CNAS) 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을 뺀 67개국에서 정부 지원 AI 사업 184개가 돌아가고 있고, 공개된 예산만 약 840억 달러(약 112조원)에 달해요. 한국의 9조 9000억원 예산도 이 흐름 위에 있는 셈입니다.
보고서가 꼽은 구체적 사례도 눈에 띕니다. 공공기관이 국산 AI 제품을 사들이는 조달 시장과, 기업이 AI 도구를 도입할 때 비용을 지원하는 바우처가 국내 AI 기업의 초기 판로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에요. 제품을 만들 기술은 있어도 팔 곳이 마땅치 않던 국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첫 고객’이 되어주는 구조가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숫자만 보면 규모는 충분해 보입니다. 하지만 보고서가 한국에 던진 질문은 돈이 아니라 성과예요. 자국에 데이터센터를 지어도 해외 기업 모델을 쓰면 그 기업의 공급 정책과 이용 조건에 휘둘릴 수 있으니, 모델 개발과 인력 확보가 계속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모델 개발과 인재 양성, 인프라 확충, 시장 육성에 들어간 지원이 실제로 쓸 수 있는 국내 AI 기술로 이어지는지가 앞으로의 평가 기준이라는 거죠.
정부와 전문가도 같은 지점을 짚었어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독파모와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 모두의 AI가 따로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국가 AI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배 부총리는 “이제 중요한 것은 실제 성과”라며 “우리 AI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연구자들이 새로운 발견에 도전하며 국민의 삶과 산업의 생산성이 실질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어요.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도 같은 날 “단순히 GPU를 확보하거나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만으로 AI 주권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술을 개발할 인재와 기업이 있어야 하고 그 기술이 실제 산업과 시장에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은 이미 독파모로 국내 기업의 자체 모델 개발을 지원하고,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로 연산 자원을 늘리는 한편 모두의 AI로 국민의 AI 이용을 넓히는 정책을 병행하고 있어요. 해외 평가가 ‘정책 방향’을 칭찬한 만큼, 이제는 같은 보고서가 내년에 ‘성과’를 어떻게 적을지가 관건입니다. 이번 평가는 한국이 반도체·제조 강국을 넘어 AI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신호로 읽혀요. 예산 규모가 아니라, 그 예산이 만든 모델과 서비스가 글로벌 무대에서 통하는지가 다음 챕터의 채점표가 되겠네요.
원문: ZDNet Korea — “AI 직접 만들고 시장도 키운다”…세계 AI 보고서가 본 한국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10-10 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