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초미세 배선 저항 45% 낮춰 세계 최초

45%. 그리고 세계 최초. 삼성전자가 21일 내놓은 발표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 두 숫자와 수식어로 충분해요. 반도체 내부의 초미세 배선 저항을 45%가량 낮추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는 겁니다. AI와 고성능컴퓨팅(HPC)용 첨단 로직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효율을 함께 끌어올릴 핵심 기반 기술이에요.

삼성전자는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함께 이 기술을 개발했고, 연구 결과는 지난 1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어요. 저자 13명 가운데 11명이 삼성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진이고, GIST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죠. 논문 게재라는 학계 검증을 거쳤다는 점에서, 연구실 단계의 실험을 넘어선 성과로 볼 수 있어요.

이 기술이 왜 중요한지는 반도체의 구조를 보면 이해가 빨라요. 트랜지스터를 건물이라고 하면, 이를 잇는 금속 배선은 도로 역할을 해요. 성능을 높이려고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더 많이 집적하면 이 도로도 함께 가늘어져야 하죠. 문제는 도로가 일정 수준 이하로 좁아지면 전기 저항이 커진다는 점이에요. 저항이 커지면 신호 전달이 느려지고 전력 소모와 발열이 늘어나, 첨단 반도체 성능이 도리어 떨어지게 됩니다.

연구진이 푼 방식은 이래요. 차세대 배선 소재로 주목받는 루테늄에 미량의 탄소 기반 촉진제를 접목해, 금속 배선 내부의 결정이 일정한 방향으로 재정렬되도록 만든 겁니다. 결정 방향이 가지런해지면 전자의 이동을 막는 결정 경계가 줄어들어요. 연구진은 결정의 99% 이상이 같은 방향으로 정렬된 박막을 구현했고, 실제 나노미터 수준의 미세 배선에 적용한 결과 기존 루테늄 배선 대비 선저항을 약 45% 낮추는 데 성공했어요.

업계에서는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배선 저항이 반도체 성능을 가로막는 최대 병목으로 꼽혀 왔어요. 그동안 배선 소재로 써온 구리는 가늘어질수록 저항이 급격히 커지는 한계가 있어서, 이를 대체할 차세대 소재를 두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치열하게 연구해 왔거든요. 루테늄은 그 유력 후보 가운데 하나예요. 트랜지스터 자체를 줄이는 것 못지않게, 그 사이를 잇는 배선의 저항을 어떻게 낮추느냐가 첨단 공정 경쟁의 새로운 승부처가 되고 있어요.

삼성전자는 이 기술이 고도화돼 실제 반도체 공정에 적용되면, AI·HPC용 첨단 로직 반도체의 신호 전달 속도를 높이고 전력 손실을 줄여 성능과 전력효율을 함께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반도체 미세화가 물리적 한계에 다가설수록, 이런 소재·공정 기술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온 셈이에요.

삼성이 이 기술을 서두르는 이유는 시장이 그만큼 급하기 때문이에요. AI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전력 소모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고, 같은 성능을 내면서 전기를 덜 쓰는 반도체가 곧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됐거든요. 배선 저항을 낮추는 일은 칩 하나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전력 손실을 줄이는 기술이에요. 파운드리 경쟁에서 TSMC와 인텔도 같은 난제를 두고 연구를 이어가는 만큼, 삼성이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따낸 의미가 작지 않아요.

이번 성과는 한국 반도체가 ‘미세화 이후’의 난제를 선제적으로 풀어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로 읽혀요. 공정 숫자만 줄이는 경쟁에서 벗어나, 소재와 공정 기술로 성능 한계를 뚫는 싸움이 본격화된 거죠. 다만 논문 수준의 성과가 양산 공정에 실제로 얹히기까지는 추가 검증과 시간이 필요해요. 당장은 논문 성과를 양산으로 옮기는 데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 주가보다는 중장기 기술 로드맵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에요. 삼성전자가 이 기술을 어느 공정과 제품에 먼저 적용할지가, 한국 반도체의 미세화 이후 경쟁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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