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세 개가 말해주는 무게
숫자부터 보면 이번 협약의 의미가 짐작되거든요. 15개 기관이 함께 만든 성능지표, 그 지표로 검증할 첫 현장은 국가 전력망, 그리고 그 현장을 맡는 건 국산 AI반도체입니다. 실험실 성적표가 실제 발전 현장의 문을 통과하는 첫 사례가 나온 거예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전력공사와 리벨리온,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국산 AI반도체 성능지표 ‘K-Perf’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2일 밝혔습니다. 한전은 전력현장 시범운영과 활용모델 개발을, 리벨리온은 NPU 성능 최적화와 기술지원을, TTA는 전력현장 운영환경을 반영한 성능·신뢰성 검증을 맡아요.

핵심은 K-Perf입니다. 국산 AI반도체의 성능을 수요기업이 믿고 쓸 수 있도록 작년 12월 15개 수요·공급기관이 참여해 만든 지표예요. 실제 사용 환경을 기준으로 TTFT(첫 응답까지 걸리는 시간), TPOT(긴 답변 생성 시 속도 안정성), TPS/1user(단일 사용자 시간당 처리량) 같은 세부 항목을 정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과기정통부와 TTA,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국산 AI반도체 2종을 대상으로 챗봇과 문서 검색 등 대표 서비스 유형별 시범 검증을 진행했고, 수요기업이 요구하는 서비스별 성능 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확인했어요.
그 지표가 이번에 전력 현장으로 갑니다. 한전은 변전소별로 흩어져 돌아가던 AI 영상분석 인프라를 NPU 기반 통합 관제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실증에 들어가요. 칩 하나의 성능을 넘어 실제 운영 환경에서의 처리 성능과 비용 절감 효과까지 따져보겠다는 구상입니다. 지금까지 국산 NPU 도입 판단이 스펙표 비교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실제 도로를 달려보는 단계로 넘어가는 셈이에요.
과기정통부는 이번 실증이 국산 AI반도체가 생성형 AI 서비스 위주로 검증돼 온 범위를 전력 분야 영상분석까지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요기관이 직접 성능 데이터를 확인하고 도입을 판단하는 구조가 자리를 잡으면, 공급기업 입장에서도 실증 레퍼런스를 앞세워 다른 공공 시장으로 나설 수 있거든요.
국산 AI반도체는 그동안 성능과 생태계 양쪽에서 검증 부담을 안고 있었습니다. 수요기업이 “써봤더니 괜찮더라”는 사례를 쌓아야 다음 계약으로 이어지는 구조였거든요. K-Perf는 그 판단의 기준을 공급기업의 스펙표가 아니라 공인된 측정값으로 옮기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도규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K-Perf의 검증 결과가 도입 판단의 근거가 된다는 것은 수요기관과 공급기업이 하나의 기준으로 성능을 논의하는 체계가 현장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며 “국가 전력망을 책임지는 한전이 변전소 AI 영상분석 실증에 K-Perf를 활용하는 만큼, 다른 수요기관으로 확산되는 데 강력한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이번 변화는 국산 AI반도체 경쟁의 무게추가 ‘칩 성능’에서 ‘검증된 레퍼런스’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혀요. 성능 수치가 아무리 좋아도 실제 현장에서 돌아간 기록이 없으면 도입 논의가 멈추는 게 공공 시장의 문법이거든요. 한전이라는 큰 수요처가 첫 인증 도장을 찍어주는 셈이라, 뒤따르는 공공기관들의 도입 판단도 한결 가벼워질 전망입니다. 다음 확인 지점은 한전 실증의 구체적인 성능·비용 결과와, 그 결과를 다른 수요기관이 얼마나 빨리 따라 인용하는지가 되겠습니다.
원문: 전자신문 — 한전, 국산 AI반도체 평가 지표 첫 적용…리벨리온·TTA와 맞손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10-02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