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포토마스크 없는 레이저 장비로 AI 칩 패키징 진출

AI 가속기 주문은 넘쳐나는데, 그 칩을 조립하는 TSMC의 첨단 패키징 공정은 병목에 걸렸어요. 반도체를 직접 만들지 않던 LG전자가 바로 그 틈을 파고들었어요. 디스플레이와 전자부품 공정에서 다져 온 초정밀 레이저·광학 기술을 무기로, 포토마스크 없이 초미세 회로를 그리는 노광 장비를 내놓고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 진출한 거예요.

디스플레이 공정 기술이 반도체 장비가 됐다

LG전자 생산기술원(PRI)이 개발한 것은 ‘마스크리스(Maskless) 레이저 직접 묘화(LDI)’ 노광 장비예요. 이 장비는 첨단 반도체 패키징에서 미세 금속 배선(인터커넥트)을 새길 때 쓰이는데, 이미 글로벌 주요 외주반도체패키지테스트(OSAT) 업체와 첫 공급 계약을 체결했어요. 지난 18일 국내 매체가 ‘첫 수주’ 소식을 전한 데 이어, 21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가 이번 계약을 정식으로 조명한 거예요.

여기서 포토마스크는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새길 때 쓰는 일종의 ‘사진 필름’ 같은 존재예요. 기존 공정은 이 필름을 거쳐야 해서 설계가 바뀔 때마다 새 마스크를 만들어야 했고, 그만큼 비용과 시간이 들었죠. LG전자의 장비는 이 필름을 아예 없애고, 고정밀 레이저 빔으로 유기 인터포저와 고밀도 인쇄회로기판(PCB) 위에 회로 패턴을 직접 그리는 방식이에요.

1.5㎛ 배선, 포토마스크 제거로 속도와 수율을 동시에

성능 지표도 구체적이에요. LG전자 장비는 1.5㎛(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초미세 금속 배선을 구현하고, 고가의 포토마스크 공정을 제거해 생산 처리량(Throughput)과 수율을 극대화한다는 게 회사 설명이에요. 미세한 회로를 더 빠르게, 더 적은 불량으로 새길 수 있다는 뜻이죠.

LG전자가 이 시장을 노리는 배경에는 TSMC의 공급난이 있어요.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가속기 수요가 폭증하면서, TSMC의 독점적 첨단 패키징인 ‘CoWoS(Chip-on-Wafer-on-Substrate)’ 공정이 병목이 됐거든요. 업계에서는 이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요. TSMC가 감당하지 못하는 물량을 받아줄 후공정(OSAT) 업체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그들이 쓸 장비를 LG전자가 직접 공급하겠다는 전략이에요.

LG전자 입장에서는 반도체 장비가 B2B 사업의 새 성장축이 될 수 있어요. 그동안 가전과 디스플레이로 알려졌던 회사가, 이제는 AI 시대의 생산 인프라를 파는 사업자로 영역을 넓히는 모양새거든요. 이미 냉난방공조(HVAC)로 AI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이번에는 패키징 장비까지 더하며 ‘AI 인프라 장비 기업’으로의 확장을 이어가는 흐름이에요. 생산기술원은 전자부품 공정에서 쌓은 초정밀 레이저·광학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서, 이번 장비 상용화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은 아니에요.

이번 진출은 LG전자가 AI 붐의 ‘수혜를 받는 곳’에서 ‘수혜를 만드는 장비를 파는 곳’으로 한 걸음 옮겨간 신호로 읽혀요. 다만 반도체 장비 시장은 ASML 같은 기존 강자와의 기술 검증 경쟁이 만만치 않고, OSAT 고객사들이 LG전자 장비를 실제 양산 라인에서 얼마나 재구매하느냐가 관건이에요. 첫 공급 계약에 이어 어떤 고객사가 추가로 붙고, 양산 검증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이 새 사업의 무게가 정해질 전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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