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D램 업체인 창신커지(CXMT)가 5세대 D램 공정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지켜온 D램 시장의 아래쪽부터 판이 흔들리는 걸까요. 20일 CXMT가 공개한 내용을 하나씩 뜯어보면, 단순한 신제품 발표로 넘기기 어려운 대목이 보이거든요.

11.95나노, 숫자 하나가 원가를 바꾼다
로이터통신 보도를 보면 CXMT는 5세대 D램 공정 플랫폼을 적용한 양산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이 플랫폼으로 생산한 24Gb(기가비트) LPDDR5X 신제품 2종도 함께 공개했어요. LPDDR5X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휴대용 기기에 들어가는 저전력 D램입니다.
핵심 숫자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메모리 배열의 핵심 구조 사이 간격을 11.95나노미터(㎚)까지 좁혔습니다. 회로 패턴을 여러 단계에 걸쳐 겹쳐 그리는 ‘쿼드러플 패터닝(QTP)’ 기술을 적용한 결과예요. 다음은 생산성입니다. 8Gb 칩을 기준으로 웨이퍼 한 장에서 뽑아낼 수 있는 다이 수가 4세대 플랫폼보다 50% 이상 늘었습니다. 같은 웨이퍼에서 칩을 절반 더 뽑아낸다는 뜻이니 원가 계산이 달라질 수밖에 없죠.
웨이퍼 한 장에서 칩을 더 많이 뽑아낸다는 건 같은 반죽으로 빵을 더 많이 구워내는 일에 가깝습니다. 공정 자체가 그만큼 정교해졌다는 신호예요. CXMT는 이 플랫폼이 “성능이 높은 메모리를 더 낮은 비용과 더 낮은 전력으로 생산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습니다.
7월 상장하더니 곧바로 시총 1위
CXMT의 최근 행보도 빠릅니다. 지난 7월 기업공개(IPO) 이후 본토 증시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고, 차세대 모바일 D램인 LPDDR6 양산도 공식화했습니다. 미국이 2022년부터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와 소프트웨어 접근을 막아온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 로이터는 이번 기술 진전이 중국이 글로벌 D램 강자들과 맞설 경쟁자를 키우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시장 온도도 우호적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지난 15일 공개한 ‘3분기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동향 및 전망’을 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와 로직 IC 성장에 힘입어 1조6천억달러(약 2,190조원)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5월 보고서에서 내놨던 1조달러 전망을 60% 올려잡은 수치죠. 메모리 비중은 지난해 30% 안팎에서 55%까지 커지고, D램 시장만 놓고 보면 지난해보다 약 3.4배 커진 5,190억달러로 예상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AI 개발 감속론과 별개로 빅테크들의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와 AI 서비스 확산은 오히려 거세지고 있어 메모리 업황이 단시일 내에 꺾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흔들리는 층이 어디냐가 관건이에요
이게 우리에게 뭐가 의미 있냐면요. CXMT의 이번 발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장 높은 곳에 쌓아둔 성벽을 직접 두드리는 소식은 아닙니다. HBM과 고부가 제품이 아니라 스마트폰·태블릿에 들어가는 모바일 D램 쪽에서 원가 경쟁력을 끌어올린 것이거든요. 그런데 시장 전체로 보면 이 아래층이 훨씬 넓습니다. 여기서 가격 결정력이 넘어가면 고부가 라인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그 충격을 메워야 하는 구조가 됩니다.
이번 변화는 중국이 한국 메모리의 정상이 아니라 그 아래 넓은 층을 채우면서 판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흐름의 신호로 읽혀요. 한국 입장의 방어선은 결국 고부가 비중을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느냐에 걸려 있고, 그래서 이번 뉴스는 D램 가격표보다 HBM 쪽 설비 계획과 더 직접 맞닿아 있습니다.
다음 확인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LPDDR6 양산 시점과 5세대 공정의 실제 수율이 첫 번째, 다음 달로 예정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발표에서 HBM 매출 비중이 얼마나 올라오는지가 두 번째예요. 범용 D램 가격이 4분기까지 오른 뒤 내년 상반기 보합세로 접어든다는 전망도 함께 나온 만큼, 가격과 물량이 어디서 갈리는지가 다음 분기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 원문: 연합뉴스 — CXMT, 5세대 D램 공정 양산 돌입…삼성·하이닉스 추격 가속
- 보조 출처: 연합뉴스 — AI 속도조절론에도…”올해 반도체시장 1.6조달러로 성장 가속”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9-20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