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 코스닥 상장 추진, K-엔비디아 속도내네요

지난 7월 외신 인터뷰에서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내년 상반기 국내 증시 상장을 목표로 코스피를 먼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두 달 뒤인 17일, 금융투자업계에서 전해진 이야기는 조금 달랐습니다. 리벨리온의 무게추가 코스닥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소식이었죠.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

연내 예심 청구, 기술평가를 건너뛰는 길

리벨리온은 연내 코스닥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외부 기술평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예심을 청구하는 방식을 함께 저울질하고 있다는 대목이에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예상 기준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시장평가 우수기업에 한해 전문평가기관의 사전 기술평가를 면제해줍니다. 거래소 내부 전문가회의와 상장심사는 그대로 거쳐야 하지만, 준비 기간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는 트랙이죠. 리벨리온의 몸값은 이 기준을 크게 웃돕니다.

추론에서 남아 있는 승부처

리벨리온의 승부처는 추론입니다. 학습용 GPU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사실상 기준을 쥐고 있지만, 추론은 전력 효율과 단가로 승부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리벨랙처럼 서버와 랙 단위로 묶어 파는 전략도 칩 단품 경쟁을 피하려는 선택이에요.

예심을 청구하면 남는 절차

코스닥 상장은 예비심사 통과로 끝나지 않아요. 예심을 통과하면 증권신고서를 내고,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정한 뒤 일반 청약을 받습니다. 통상 예심 청구에서 상장까지 반년 안팎이 걸리죠. 리벨리온이 연내 예심을 청구하면 내년 상반기 상장이라는 목표와 대략 맞아떨어집니다.

3조4000억이라는 숫자의 근거

리벨리온은 지난 3월 6400억원 규모 프리IPO를 마무리하며 기업가치 3조4000억원을 인정받았어요. 정부가 AI 반도체 국산화의 핵심 기업으로 주목하는 가운데, 국민성장펀드가 첫 직접 지분투자 대상으로 삼아 250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산업은행과 미래에셋그룹도 이 라운드에 참여했죠. 대표주관사는 삼성증권이 맡았습니다.

리벨리온이 만드는 건 학습을 마친 AI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서 구동하는 추론용 신경망처리장치(NPU)와, 이를 탑재한 서버·랙입니다. 최근에는 자체 NPU를 얹은 ‘리벨랙’을 일본 AI 기업 ai&의 도쿄 데이터센터에 100대 이상 공급하는 계획을 공개하며 해외 인프라 시장으로 보폭을 넓혔어요.

정책 자금에서 자본시장으로

국민성장펀드가 첫 직접 투자로 리벨리온을 고른 건 3조원대 몸값을 만들고 지켜준 배경이 됐습니다. 그런데 정책 자금은 회사의 성장을 뒷받침할 뿐, 가격을 계속 지지해주지는 않아요. 상장은 그 지지대를 민간 투자자로 갈아 끼우는 절차입니다. 성장성에 대한 정부의 판단을 시장의 판단으로 넘기는 셈이죠.

국내 AI 반도체 기업의 상장 도전은 리벨리온이 처음이 아니에요. 퓨리오사AI를 비롯한 후보들이 상장을 준비해왔고, 거래소들도 이들 유치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기업가치 3조원대에 이름을 올린 곳은 리벨리온이 가장 앞서 있어서, 이번 상장은 국산 AI 칩에 붙는 첫 시장 가격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거래소들이 AI 반도체 기업 유치에 공을 들여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코스닥은 오랫동안 바이오와 2차전지에 기대온 시장이라, AI 반도체 축을 새로 세우려는 의지가 읽혀요.

업스테이지와 나란히, 내년 코스닥 AI 라인업

리벨리온이 예심을 연내 청구하면 내년 코스닥 시장에서 업스테이지와 나란히 데뷔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대규모언어모델(LLM) 기업 업스테이지도 코스닥 상장으로 방향을 잡은 상태죠.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대표하는 두 회사가 같은 해에 상장 시장에 나오면, 국내 AI 투자자들에게는 비교적 뚜렷한 선택지가 생기는 셈입니다.

정책 자금이 만든 상징, 이제 시장이 채점해요

이게 국내 AI 반도체에 어떤 의미냐면요. 이번 상장 추진은 국내 AI 반도체가 정책 자금을 넘어 민간 자본시장의 검증대로 넘어가는 첫 시험이라는 신호로 읽혀요. 정부가 이 회사를 산업 정책의 상징으로 세워둔 만큼, 그 상징이 이제 일반 투자자 앞에서 성적표를 내놓아야 하는 자리로 가는 겁니다. 추론 시장은 엔비디아가 사실상 기준을 쥐고 있어서, 국산 NPU가 가격과 전력 효율로 설득력을 만들지 못하면 상장 이후 주가가 곧바로 그 답을 보여주게 되죠.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예요. 연내 예심 청구 여부, 그리고 리벨랙 같은 인프라 매출이 실제 계약으로 얼마나 쌓이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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