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AI 반도체 내년 아비규환, 팹 더 지어야”

내년 AI 반도체 시장, 과연 지금 생산라인만으로 버틸 수 있을까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9일 제주 하계포럼에서 내놓은 답변은 한마디로 “절대 안 된다”였어요. 그것도 아주 강한 어조로요.

최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는 올해보다 60%에서 100% 늘어날 전망인데, 글로벌 공급량은 거의 늘지 않아 수급 격차가 훨씬 더 벌어질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아비규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혼란이 우려된다”고 경고했어요. AI 투자가 폭발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없이는 AI도 없다는 사실을 업계 최고위층이 공개적으로 경고한 셈이죠.

특히 눈에 띄는 건 ‘마진율’에 대한 그의 생각이었어요. 최 회장은 “현재 메모리 가격은 더 떨어져야 한다고 본다”며 “비정상적으로 높은 메모리 가격이 오히려 AI 생태계 전반의 확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어요. 반도체 기업 총수가 자기 회사의 핵심 제품 가격 인하 필요성을 스스로 거론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에요. 마치 밥그릇을 키우려고 한술 덜 뜨겠다는 역발상이랄까요.

숫자로 보면 현실은 더 팍팍해요.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HBM 시장은 올해 330억달러에서 2027년 870억달러로 연평균 38%씩 성장할 전망인데, 현재 글로벌 HBM 생산능력 증설 속도는 이 수요 곡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요. SK하이닉스가 용인에 짓는 반도체 클러스터만 해도 첫 팹 가동이 2027년 하반기로, 내년 공급 부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거든요.

최 회장은 해법으로 “전 세계 가능한 모든 곳에 반도체 팹을 지어야 한다”는 과감한 제안도 내놨어요.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 인디애나주에 5조원 규모의 HBM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고, 한국 내 용인·청주·이천 중심의 증설도 동시에 진행 중이지만 그걸로는 모자라다는 얘기였어요. “각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반도체 공급을 확보하려 압박하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대란을 우려했어요.

업계 반응도 비슷한 온도예요. 한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대표는 “HBM 장비 리드타임이 12개월을 넘어서면서 증설 자체가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전했어요. 골드만삭스는 이달 초 보고서에서 “2027년까지 HBM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모건스탠리도 “AI 메모리 부족이 단기 이슈가 아닌 구조적 현상”이라고 분석했어요.

이번 발언이 단순한 업계 경고를 넘어서는 지점이 있어요.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점유율 58%로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가 직접 “가격을 낮춰서라도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 건 장기적 생태계 관점의 승부수로 읽히거든요. 단기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AI 인프라가 더 넓게 퍼져야 궁극적으로 메모리 수요도 더 커진다는 계산이 깔려 있어요. 이번 발언을 두고 재계 안팎에선 “반도체 업계가 그동안 ‘공급 부족은 일시적’이라는 스탠스를 유지해왔는데, 최 회장의 발언은 사실상 ‘구조적 병목’을 공식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와요. 실제로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도 평택·텍사스 신규 라인 가동을 서두르고 있고, 마이크론도 히로시마에 14조원을 추가 투자했지만 모두 합쳐도 내년 수요를 감당하기엔 빠듯하다는 게 중론이에요.

AI 반도체 공급난이 최태원의 입을 빌려 공식화된 지금, 내년 이맘때 진짜 ‘아비규환’이 올지 아니면 업계가 기적적으로 공급을 따라잡을지 — 답은 이미 각 팹 공사장의 콘크리트가 굳는 속도에 달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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