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채권 3억달러 증발, IPO 후 첫 균열이 보여요

스페이스X의 IPO 이후 첫 채권 가격이 급락하며 종이 기준 3억500만달러(약 4,200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6월 들어 SPCX 주가가 고점 대비 32% 하락한 데 이어, 기관 투자자들이 보유한 회사채에서도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채권 슬럼프의 직접적 발단은 스페이스X가 지난 분기 발행한 25억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다. 당시 IPO를 앞두고 낙관론이 팽배했던 탓에 낮은 금리로 발행됐지만, IPO 이후 주가가 기대만큼 유지되지 못하면서 채권 가격이 액면가 아래로 밀렸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해당 채권의 기관 보유 물량 중 약 3억500만달러어치가 액면가를 하회한 상태다.

시장이 스페이스X의 밸류에이션에 냉정해지고 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SPCX는 6월 초 188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최근 128달러선까지 내려왔다. 스타십 V3의 FAA 지상명령, 스타링크 모바일 사업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 그리고 로켓랩의 이리듐 인수로 인한 경쟁 격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월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JP모건은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로 창출하는 현금흐름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 수준은 장기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라고 평한 반면, 번스타인은 “2600억달러의 시가총액은 스타링크가 향후 5년간 창출할 모든 현금흐름을 이미 선반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스페이스X는 채권 시장의 불안과 달리 사업 확장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차터 커뮤니케이션스와의 모바일 서비스 제휴 협상, 유나이티드 항공의 첫 스타링크 장거리 노선 운항, 필리핀 글로브텔레콤의 위성-모바일 서비스 승인 획득 등 스타링크 생태계 확장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이날 7.5톤 규모의 시리우스XM 위성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리며 발사 사업의 신뢰성도 재확인했다.

이런 스페이스X 채권 시장의 미끄러짐은 단순한 일시 조정이 아니라 ‘IPO 거품’이 식어가는 과정으로 읽는 게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IPO 직전까지 3500억달러에 달하던 비상장 밸류에이션이 공개 시장에서 현실화되는 통과의례인 셈이죠. 더 눈여겨볼 점은 채권 투자자들이 주주보다 먼저 움직인다는 시장의 오랜 법칙입니다. 전환사채 가격이 밀리기 시작했다는 건 ‘이 회사가 지금 가격보다 싸질 수 있다’는 헤지펀드들의 헤지 베팅이 늘고 있다는 뜻이고, 이는 통상 주가 하락의 선행 신호입니다. 다만 스페이스X는 전통적인 기업과 달리 스타링크라는 초현금흐름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일반적인 채권-주가 연쇄 하락 시나리오를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습니다. 지금의 조정은 스페이스X가 ‘꿈을 파는 회사’에서 ‘실적을 증명해야 하는 회사’로 신분이 바뀌는 지점이라는 평가가 더 정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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