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합의안에 판사 제동 — “머스크-증권위 딜, 그냥 못 넘긴대요”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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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가 SEC랑 또 합의 봤다더니, 판사가 “잠깐” 했다.

“도장만 찍어주는 자리 아니거든?”

5월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긴급 타전한 소식이다. 머스크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막판 합의를 도출했지만, 이를 심사하는 연방 판사가 “무조건 승인(rubber-stamp)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머스크 vs SEC, 이 장기전이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사건의 발단은 2022년 머스크의 트위터(현 X) 지분 공시 지연이다. SEC는 머스크가 2022년 초 트위터 주식 5% 이상을 매입하고도 법정 공시 기한(10일)을 넘겨 신고했다며 제소했다. 이 지연으로 머스크는 약 1억 5천만 달러의 이득을 봤다는 게 SEC의 주장이다.

양측은 최근 수개월간 비공개 협상을 진행했고, 5월 초 합의안을 도출해 연방 법원에 제출했다. 구체적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 소식통들은 벌금과 향후 공시 의무 강화 정도로 예상해왔다. 머스크 입장에선 “적당히 벌금 내고 끝내자”는 계산이었을 거다.

그런데 여기서 재클린 스콧 콜리(Jacqueline Scott Corley) 연방 판사가 예상 밖의 카드를 꺼냈다. 5월 8일 심리에서 콜리 판사는 “나는 합의안을 자동으로 승인하는 도장이 아니다(I will not rubber-stamp this settlement)”라며 독립적 심사를 예고했다. 구체적으로는 합의 조건이 공익에 부합하는지, 벌금이 위반 규모에 비해 적절한지 등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디테일 — 숫자, 발언, 기술 포인트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단순하다. 머스크가 트위터 주식을 대량 매집하면서 10일 이내에 SEC에 13D 서류를 제출했어야 하는데, 21일이 지나서야 제출했다는 거다. 그 사이 머스크는 더 낮은 가격에 추가 매수할 수 있었고, SEC는 이 11일의 갭으로 인한 이득이 약 1억 5천만 달러라고 본다.

머스크 측은 줄곧 “단순한 실수”라고 주장해왔다. “주식 매입 보고서 쓰는 걸 깜빡했다”는 뉘앙스다. SEC는 “세계 최고 부자가 150억 원어치 이득이 걸린 문제를 깜빡했다는 게 말이 되냐”는 입장. 이 팽팽한 줄다리기가 합의로 가나 싶었는데, 판사가 다시 긴장을 높였다.

콜리 판사의 발언이 특히 의미심장하다. 보통 SEC 합의안은 법원이 형식적 심사만 거쳐 승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판사가 “공익”과 “적절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건, 합의 조건이 너무 가볍다고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마디로 “머스크, 이 정도 벌금으론 안 끝날 수도 있다”는 경고다.

그래서 이게 왜 중요한가

머스크와 SEC의 악연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상장 폐지 고려 중(Am considering taking Tesla private at $420. Funding secured)”이라는 트윗 한 방으로 SEC와 첫 충돌했고, 2천만 달러 벌금과 테슬라 회장직 사임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 후로도 7년째 — SEC와 머스크는 반복적으로 부딪혀왔다. 머스크는 SEC를 “월스트리트 공매도 세력의 앞잡이”라고 공개 조롱했고, SEC는 머스크가 법원 명령을 위반했다며 또 제소했다. 이 고양이와 쥐 게임에 익숙해진 팬덤 사이에선 “이번에도 벌금 내고 끝나겠지”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판사가 게임의 룰을 바꾸려 한다. “합의했으니 통과”라는 기존 공식에 제동을 건 이상, 머스크는 생각보다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합의가 무산되면 정식 재판으로 이어지고, 재판에서 지면 더 큰 벌금과 함께 상장사 임원 자격 제한 같은 초강수도 배제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 이거 생각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 판사가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으니까.

다음 심리 날짜를 달력에 적어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