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토, AI 데이터 300억 잭팟, 3분기만에 작년 추월

315억원. 국내 AI 데이터 스타트업 플리토가 올해 3분기 만에 따낸 신규 계약 규모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미 2025년 연간 데이터 수출액 187억원을 70% 가까이 뛰어넘었다. 1분기 매출이 52억원에 불과했던 회사가 단 두 건의 계약으로 연간 실적을 단숨에 갈아치운 셈이어서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금융감독원 공시로 확인된 이번 계약은 각각 89억원과 227억원 규모의 2건으로 환율을 적용하면 약 330억원에 달한다. 계약 상대방은 구체적 사명이 비공개지만 글로벌 IT 기업이며 계약 내용은 LLM 학습용 다국어 데이터 공급이라는 점만 알려졌다. AI 모델의 언어 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 즉 모델이 한국어와 일본어, 아랍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도록 하는 학습 데이터를 한국 스타트업이 책임지게 된 것이다.

플리토의 실적 개선은 작년부터 본격화됐다. 2025년 창사 이래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하며 매출 360억원과 영업이익 62억원을 동시에 달성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52억원으로 R&D 투자 확대로 인해 소폭 적자를 기록했지만 시장은 이 적자를 ‘성장통’으로 읽고 있다. 플리토는 또한 지난 3월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하며 연내 IPO 절차에 돌입할 준비를 마쳤다. 현재 90여 개 언어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했고 번역가와 언어 전문가 네트워크가 120만 명을 넘어섰다.

주목해야 할 점은 해외 매출 비중이 80%를 넘는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이 주력 시장이고 중동과 베트남으로 데이터 공급망을 빠르게 확장 중이다. 최근에는 물리적 세계와 AI를 연결하는 피지컬 AI 분야 진출도 공식화하며 데이터 라벨링에서 로봇과 자율주행 데이터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LLM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지금이 한국 AI 데이터 기업의 골든타임이며 작년이 검증기였다면 올해는 스케일업의 원년”이라고 강조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LLM 경쟁이 심화될수록 다국어 학습 데이터의 전략적 가치는 더 올라간다”며 “플리토처럼 100개 가까운 언어를 커버할 수 있는 데이터 공급사는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오픈AI의 GPT-5와 구글의 제미나이 3 등 차세대 모델들이 한국어와 일본어 등 비영어권 성능을 경쟁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라 플리토의 수주 파이프라인은 당분간 우상향이 확실시된다.

국내 AI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플리토의 행보가 특히 의미 있는 건 기존의 성공 모델과 결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같은 AI 칩 설계사나 업스테이지, 뤼튼 같은 모델 및 서비스 개발사와 달리 플리토는 AI 학습의 원유인 데이터 그 자체를 글로벌 빅테크에 수출하는 독특한 구조를 만들었다. NHN클라우드와 네이버클라우드가 컴퓨팅 인프라를, 플리토가 데이터를 각각 책임지는 그림은 한국 AI 산업이 칩과 모델을 넘어 데이터 수출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로 읽혀요.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에만 추가로 500억원 이상의 계약 파이프라인이 대기 중이라는 전언이 돌고 있어서 연말까지 플리토가 어디까지 성장 곡선을 그릴지 지켜볼 만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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