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P4마저 HBM으로…범용 D램 ‘품귀’ 경고등

“P4도 HBM 중심입니다.” 삼성전자가 평택 P4 팹의 정체성을 공식적으로 재정의한 말이다. 원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용으로 설계됐던 P4가 HBM4 양산 기지로 전면 재편된다는 의미인데요. 이 한마디에 반도체 업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HBM에 생산 능력을 빼앗긴 범용 D램 시장에 ‘품귀’ 경고등이 켜졌거든요.

아이뉴스24가 2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삼성은 P4의 마지막 남은 라인까지 HBM4용으로 발주를 마쳤다. 4월 지디넷코리아가 전한 “P4 최종 라인까지 설비 발주” 소식과 일치하는 흐름이죠. P4는 당초 1·2층을 파운드리, 3·4층을 메모리로 나누려던 복합 팹이었는데, AI발 HBM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계획 자체를 갈아엎은 겁니다.

이게 왜 문제냐면요, HBM은 같은 웨이퍼에서 범용 D램보다 2~3배 더 많은 실리콘 면적을 차지해요. 공장 하나를 HBM으로 돌리면 그만큼 DDR5·DDR4 같은 일반 D램 생산량이 줄어드는 구조죠. 마치 한정된 논에 벼 대신 인삼을 심으면 쌀 생산량이 줄어드는 이치랑 비슷하네요.

숫자로 보면 더 명확하다. 뉴시스는 올해 전 세계 D램 생산 능력의 4분의 1이 HBM에 할당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HBM4용 D램만 월 12만 장 규모로 증설 중이고, HBM4 생산량을 전년 대비 170% 늘릴 계획이다(한국경제). 여기에 SK하이닉스까지 HBM3E·HBM4 증설 경쟁에 뛰어들면서, 범용 D램 라인은 점점 더 옥죄이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은 지난해 말 “범용 D램 씨가 말랐다”며 2026년 중 가격이 20% 가까이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조선비즈는 4월 말 “팔고 싶어도 못 팔아…2분기에도 폭주하는 D램 수요, HBM에 발 묶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라고 보도하며 수급 불균형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이 구조적 쇼티지가 최소 2027~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P5 쌍둥이 팹에 160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삼성의 계획(서울경제)도, 결국 “HBM을 더 많이 더 빨리” 공급하기 위한 것이지 범용 제품 증산이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죠.

개인용 PC나 일반 서버에 들어가는 DDR5 모듈 가격이 오르면 결국 소비자와 기업의 IT 지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AI 거품이 아니라 AI 인프라 투자가 오히려 ‘보통 사람들의 메모리’까지 밀어내는 아이러니한 국면이 펼쳐지고 있는 셈입니다. 엔비디아가 깜짝 실적으로 AI 투자 붐에 기름을 부은 직후라, 이 흐름은 당분간 꺾이기 어려워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