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두 개부터 짚으면 이번 계약의 무게가 금방 잡히거든요. 2900억원, 그리고 올해 여섯 번째 장기공급계약. 삼성전기가 글로벌 대형기업과 AI(인공지능) 서버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6일 밝혔어요.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1년입니다. 계약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기가 올해 5월부터 실리콘 캐패시터, AI 서버용 MLCC, 인덕터를 묶어 공시한 수주 금액만 3조9000억원 규모예요. 공시 대상이 아닌 계약까지 더하면 4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라 일정 규모를 넘는 장기 공급계약은 공시 의무가 생깁니다. 그래서 공시된 숫자만으로도 수주 흐름을 읽을 수 있죠. 올해 들어 공시된 계약이 벌써 여섯 건이라는 건, 특정 분야에서 반복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MLCC, AI 서버에서는 왜 조건이 달라질까요
MLCC는 전기를 잠깐 저장했다가 반도체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부품 사이 신호 간섭을 막아주는 부품입니다. 흔히 반도체에 붙는 전기의 완충 장치라고 부르죠. 스마트폰에도 수백 개가 들어가지만, AI 서버용은 요구 조건이 완전히 다릅니다. 24시간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멈추지 않고 돌아가야 해서 고용량과 고신뢰성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거든요.
탑재량 차이도 큽니다. 일반 서버 대비 10배가 넘는 MLCC가 필요하고, 서버 랙 한 대 기준으로는 최대 60만 개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AI 서버용 MLCC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손에 꼽히고, 삼성전기는 이 시장에서 40%에 달하는 점유율을 확보한 상황입니다. 수량이 많고 단가도 일반 제품보다 높아, AI 서버가 한 대 늘어날 때마다 부품사가 가져가는 몫도 커지는 구조예요.
시장조사기관들은 AI 서버 출하량이 앞으로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봅니다.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MLCC 개수가 일반 서버의 10배를 넘는 만큼, AI 서버가 늘면 부품 수요는 그보다 더 빠르게 뛸 수밖에 없습니다.
남는 건 공급망 안에서의 위치입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을 바탕으로 AI용 MLCC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계약이 눈에 띄는 이유는 금액 자체보다 성격에 있습니다. AI 서버는 GPU와 메모리만으로 완성되지 않아요. 연산 칩이 오래 버티도록 전기를 다듬어주는 수동부품이 있어야 하고, 그 부품의 공급선이 국내에 있다는 건 서버를 만드는 쪽에도 협상력이 생긴다는 뜻이거든요. 부품 하나가 AI 인프라 밸류체인의 병목을 덜어주는 셈입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에 이어 수동부품까지 공급선이 다변화되면, 국내 부품 회사의 교섭력은 장기적으로 더 올라갈 여지가 있습니다. AI 인프라 경쟁이 부품 단가와 납기 협상력으로도 번지는 셈이에요.
내년 1년치 계약이라 실적에 반영되는 시점은 아직 멉니다. 다만 올해 공시된 계약만으로 이미 3조9000억원을 채웠다는 점을 보면, 삼성전기가 부품 회사에서 AI 인프라 부품 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흐름은 조금 더 뚜렷해 보여요. 계약 상대가 공개될지, 그리고 HBM용 부품으로까지 라인이 넓어질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입니다.
원문: 전자신문 — 삼성전기, 2900억원 AI 서버용 MLCC 공급 계약…”AI 부품 ‘4조 클럽’ 달성”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10-06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