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부자 938명 100% 과세도 빚 못 갚아요

세계 최고 부자와 부자 증세의 최전선에 선 정치인이 같은 숫자를 놓고 정반대의 결론을 내놨다. 일론 머스크는 미국의 억만장자 938명의 재산을 100% 몰수해도 40조 달러 국가부채에는 티끌에 불과하다고 주장했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부자에게 매년 5%만 물리면 중산층에 3000달러를 돌려줄 수 있다고 맞섰다.

포춘(Fortune)이 23일(현지시간) 정리한 내용에 따르면 머스크는 2023년 X에 “미국의 모든 억만장자에게 100% 세금을 매겨도 국가부채에는 거의 흠집도 못 낸다. 결국 정부는 부채를 갚기 위해 모든 사람에게 세금을 물릴 수밖에 없다”고 썼다. 샌더스는 머스크의 계산 자체는 인정하지만 방향이 다르다. 그는 부채를 없애려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돈을 돌려주고 사회 서비스를 확충하려는 것이다.

샌더스와 로 카나(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올해 초 ‘억만장자 공정 분담법(Make Billionaires Pay Their Fair Share Act)’을 발의했다. 두 사람이 집계한 미국의 억만장자는 938명, 이들의 순자산 합계는 8조 2000억 달러다. 머스크의 논리대로라면 8조 2000억 달러를 전부 걷어도 국가부채의 5분의 1도 메우지 못한다. 다만 이 법안은 순자산 10억 달러 이상 개인에게 매년 5%의 부유세를 물리는 방식이다. 샌더스는 이 세금이 첫 10년간 4조 4000억 달러를 거둘 것으로 추산한다.

첫해 세수는 연소득 15만 달러 이하(전국 가구의 약 74%)인 중·저소득 가구에 1회성 3000달러 수표를 지급하는 데 쓰인다. 이후에는 1조 1000억 달러 규모의 메디케이드·오바마케어 삭감을 되돌리고, 공립학교 교사 최저 연봉 6만 달러 보장, 육아 비용 상한을 가구 소득의 7%로 묶는 데 투입된다는 구상이다.

이 논쟁은 연방 의회에만 머물지 않는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억만장자세가 실제로 주민투표 안건에 올라 있다. 샌더스는 그간 제프 베이조스와 머스크, 마이클 블룸버그, 워런 버핏을 직접 거명하며 증세를 압박해 왔고, 벤처캐피털과 가상자산 업계의 억만장자들은 캘리포니아 부유세 반대 운동에 자금을 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연방 지출 삭감을 주도해 온 머스크가 부자세 반대의 전면에 선 만큼, 이 싸움은 ‘지출 축소’와 ‘증세’라는 두 노선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도가 됐다.

미국은 현재 부채 이자만 연 1조 달러에 육박한다. 이는 5년 새 약 3배로 늘어난 수치로, 이미 메디케어 지출을 넘어섰다. 초당파 기관인 책임연방예산위원회(CRFB)는 이자 비용이 2032년이면 1조 5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머스크는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미국이 “1000%” 파산 경로에 있다고 경고해 왔고, 국가부채는 최근 5년간에만 11조 달러 넘게 불어났다.

머스크와 샌더스의 대립은 사실상 부자세를 부채 문제의 해법으로 보는가, 아니면 소득 재분배 수단으로 보는가의 프레임 싸움입니다. 머스크의 프레임대로라면 부자세는 부채 앞에서 무력하고, 샌더스의 프레임대로라면 10년 4조 4000억 달러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입니다. 두 사람이 같은 938명·8조 2000억 달러라는 숫자를 놓고 서로 다른 정답을 내는 장면은, 부자세 논쟁이 단순한 세율 싸움을 넘어 국가 재정의 방향을 둘러싼 이념 대결로 옮겨갔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관전 포인트는 캘리포니아에서 실제로 투표에 부쳐진 억만장자세가 어떤 결과를 내는지입니다. 이 결과에 따라 부자세를 둘러싼 연방 차원의 논쟁도 탄력을 얻거나 한풀 꺾일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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