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DEC 실리콘 포토닉스 첫 표준, AI 칩 판 바뀐다

“AI, 클라우드 컴퓨팅, 고속통신 등으로 더 높은 대역폭과 성능 수요가 커지면서 산업 표준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미안 쿠두스 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JEDEC·제덱) 이사회 의장의 말입니다. 그가 이끄는 제덱이 최근 실리콘 포토닉스(SiPh) 신뢰성 표준 ‘JESD264’ 를 발표했어요. 실리콘 포토닉스 분야에서 업계 첫 신뢰성 표준입니다.

빛으로 데이터를 보내는 칩

실리콘 포토닉스는 반도체가 신호를 주고받는 방식을 기존 전기에서 빛, 즉 광자(Photon)로 바꾸는 기술입니다. 칩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를 전선 대신 빛의 고속도로로 보내는 셈이죠. 광자를 쓰면 이론상 데이터 전송속도를 기존 대비 수십 배 이상 빠르게 할 수 있고, 전송 거리와 전력 효율도 함께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처럼 고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곳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죠.

표준이 담은 것

제덱이 내놓은 JESD264는 실리콘 포토닉스의 전반적인 신뢰성 기준을 제시합니다. 모듈레이터와 광다이오드, 도파로 등 핵심 구성요소의 검증 방법과 제조 공정 요구사항 등을 담았어요. 새 기술이 아무리 빨라도 업계가 신뢰할 검증 기준이 없으면 양산 단계로 넘어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표준의 무게가 큽니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여러 기업이 앞다퉈 뛰어든 영역이라 오히려 업계 공통 기준이 늦게 나왔습니다. 전기 신호와 빛을 한 공정에서 함께 다루는 제조가 까다롭고, 검증 방식이 회사마다 달라 도입을 망설이는 고객사가 많았거든요. 이번 표준은 그 기준을 하나로 묶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이미 뛰어든 시장

실리콘 포토닉스는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이 나란히 연구개발 중인 차세대 AI 인프라 기술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사업부가 광통신 모듈 업체 수주에 성공해 실리콘 포토닉스 사업 기반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어요. 가장 유망한 적용처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공동패키징형광학(CPO)’입니다. 빛과 전기 신호를 변환하는 광통신 모듈을 반도체에 최대한 가깝게 붙이거나 패키지 안에 집적해, 데이터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죠.

이번 표준 제정은 실리콘 포토닉스가 연구개발 단계에서 양산 단계로 넘어가는 마지막 병목 하나를 푸는 신호로 읽혀요. 업계가 공통으로 신뢰할 기준이 생기면, 장비·부품사가 부품을 규격화해 공급하기 쉬워지고 고객사도 채택을 망설일 이유가 줄어들거든요. AI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광모듈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같은 글로벌 칩 기업도 CPO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고, 표준화를 주도하는 쪽이 부품 생태계를 자기 진영으로 끌어올 수 있는 구도입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와 대역폭 한계가 동시에 몰아치는 지금, 전기 배선을 빛으로 대체하려는 흐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광통신 모듈 수주로 사업 기반을 확보한 만큼, 표준 확산 속도가 파운드리 고객 확보 경쟁의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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