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건설기계가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시장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2리터급 가스 발전용 엔진 몸체 3900억원어치를 수주하며, 건설기계 회사에서 AI 인프라 부품 회사로 영역을 넓히는 첫발을 뗐어요. AI 붐의 수혜가 반도체를 넘어 전력 설비로 번지는 흐름을 보여주는 계약입니다.
HD건설기계는 미국 발전 인프라 기업 이록(ERock)과 가스 발전용 엔진 롱블록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습니다. 계약 기간은 2027년부터 2028년까지 2년, 매출 규모는 약 3900억원입니다. 공급 제품은 22리터급 고효율 가스 발전용 엔진의 롱블록으로, 연료·점화 계통을 뺀 반제품 형태의 엔진 몸체를 뜻해요.
고객사는 이 제품으로 미국 빅테크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기 세트 솔루션을 만들 예정입니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소비가 워낙 커서, 전기를 안정적으로 대는 발전 설비 자체가 병목이 되곤 하죠. 서버를 아무리 많이 들여놔도 전기가 모자라면 돌릴 수 없으니, 발전 설비는 데이터센터의 숨통과 같은 셈입니다.
엔진을 자동차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완성차 대신 ‘엔진과 변속기만 갖춘 반제품’을 파는 셈인데, 고객은 여기에 발전기와 제어장치를 붙여 전력 설비를 완성합니다. 부품을 반제품으로 공급하면 고객이 자기 설계에 맞게 조립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넓어져요. HD건설기계가 완성품이 아닌 롱블록을 택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규모를 보면 시장의 온도가 느껴집니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발전기 시장은 올해 103억4000만달러(약 14조원)에서 연평균 8.4% 성장해 2034년 197억2000만달러(약 27조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10년 새 시장이 두 배로 커지는 그림이에요. HD건설기계는 이달 말 준공을 앞둔 군산 엔진 신공장을 중심으로 1~3메가와트(MW)급 초대형 발전용 엔진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2027년 37리터급(1.5MW), 2028년 77리터급(3MW) 엔진을 순차 출시할 계획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를 두고 “AI 열풍이 반도체와 서버를 넘어 전력 인프라로 번지는 흐름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데이터센터를 지어도 전기가 없으면 돌릴 수 없으니, 발전 설비의 수요는 AI 투자와 함께 움직입니다. 그동안 이 시장은 커민스나 캐터필러 같은 해외 대형 엔진 업체가 주도해 왔는데, 국내 기업이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낸 셈이에요.
국내 산업 구도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HD현대 그룹은 계열사 차원에서 데이터센터용 전력기기와 엔진 사업을 함께 키워왔는데, 이번 수주는 그 흐름이 실제 매출로 확인된 사례예요. 발전 설비는 한 번 납품처를 정하면 교체가 어려워, 초기 고객을 확보한 회사가 이후 물량을 가져갈 가능성이 큽니다.
수주처인 이록은 미국에서 발전 인프라 솔루션을 공급하는 회사로, 빅테크 데이터센터의 전력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습니다. 계약 기간이 2027년부터 시작되는 만큼 실제 매출 반영은 내후년부터 본격화됩니다. 군산 신공장 준공과 맞물려 생산 능력이 언제 안정화되는지가 수익성의 관건이 될 전망이에요.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해외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납기와 품질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 계약은 한국 제조사가 AI 밸류체인의 ‘전력’ 구간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혀요. 반도체와 배터리에 이어 엔진까지, 데이터센터를 떠받치는 부품 목록에 국내 기업 이름이 하나씩 늘어나는 셈이죠. 다음 관전 포인트는 군산 신공장의 초대형 엔진 양산 시점입니다. 2027년 37리터급, 2028년 77리터급으로 라인업이 넓어질 때 추가 수주가 따라오는지가 관건이 될 거예요.
원문: 연합뉴스 — HD건설기계, 미국 데이터센터 발전엔진 몸체 수주…3천900억원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10-07 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