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챗봇이 뱉어낸 유해 콘텐츠 신고 10건 중 6건이 심의기관에서 1년 가까이 ‘검토 중’ 상태로 멈춰 있어요. 가장 오래된 민원은 접수된 지 494일째입니다.
119건 중 76건이 ‘검토 중’이었어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가 지난달 21일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를 국회 과방위 소속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공개했어요. AI 챗봇 사이트 관련 민원 119건 가운데 76건(63.9%)이 ‘사무처 검토 중’이었습니다. 각하가 40건, 심의 완료는 3건에 그쳤어요. 신고가 들어와도 실제 결론까지 이르는 비율이 눈에 띄게 낮다는 뜻입니다.
검토 중인 76건을 뜯어보면 더 답답합니다. 43건(56.6%)은 접수 후 180일이 넘었고, 1년을 넘긴 민원도 7건이에요. 가장 오래된 건 2025년 5월 15일 접수된 베이비챗 관련 신고로, 494일이 지난 시점에도 제자리였습니다. 반년 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는 건, 신고 접수 단계부터 우선순위를 가려내는 체계가 사실상 없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신고 유형을 보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에요. 음란·선정적 콘텐츠가 32건으로 가장 많았고, 아동·청소년 캐릭터의 성적 대상화와 성착취 의심이 23건, 연령 확인과 청소년 보호 미흡이 22건이었습니다. 사이트별로는 베이비챗 30건, 보리챗 18건, 제타 17건 순이었어요.
왜 이렇게 늦어지나
이유는 절차와 인력에 있어요. 현행 규정은 심의결정 이후 10일 이내에 결과를 통지하도록 하고 있지만, 민원 접수부터 사무처 검토와 심의 결정까지의 처리 기한은 따로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결론이 난 뒤의 마감은 정해져 있는데,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은 사실상 관리되지 않는 셈이죠. 신고가 대기표를 뽑았는데 창구가 하나뿐인 구조예요.
인력 문제도 겹칩니다. 방미심위는 청소년 유해 콘텐츠 민원을 맡는 직원이 1명뿐인 등 인력 부족이 지연 원인이라고 설명했어요. 반면 AI 챗봇 시장은 캐릭터형 서비스가 빠르게 늘면서 민원 대상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심의 대상은 몇 배로 늘었는데, 심의를 결정할 사람의 수는 그대로인 상황인 거죠.
자율규제만으로는 버거워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율규제의 한계도 드러납니다. 김선민 의원은 아동·청소년 보호를 우려하는 신고가 1년 넘게 검토 단계에 머무는 동안 청소년 보호를 사업자의 자율규제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며, 처리 기한과 연장 기준을 마련하고 장기 미처리 민원의 지연 사유와 처리 예정일을 안내해야 한다고 지적했어요.
해외 주요국이 생성형 AI 서비스에 연령 확인과 유해 콘텐츠 차단 의무를 단계적으로 부과하는 흐름과 비교하면, 국내 제도는 신고 접수 이후의 처리 속도에서 병목이 생긴 모양새입니다. 플랫폼이 스스로 유해 표현을 걸러내는 자동화 장치를 얼마나 갖췄는지도 함께 봐야 할 지점이에요.
업계에서는 챗봇 서비스의 특성상 신고가 사후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짚어요. 대화가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문제가 된 대화를 사후에 모아 심의하는 방식만으로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서비스 단계에서 위험도를 미리 분류하고, 고위험군은 우선 심의 대상으로 돌리는 이중 구조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와요. 신고를 받아두는 것과, 신고를 처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얘기죠.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이 사안은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니라 AI 시대 규제 인프라의 속도 문제로 읽혀요. 챗봇은 하루에도 수백만 건의 대화를 만들어내는데, 그 대화를 심의하는 창구는 여전히 사람 손에 기대고 있거든요. 신고 한 건이 494일 묶여 있는 동안, 그 사이 청소년은 계속 그 콘텐츠에 노출됐다는 뜻이에요. 신고 접수부터 심의 결정까지의 처리 기한을 정하고, 자동 필터링과 우선 심의 대상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AI기본법 시행을 앞둔 국내 규제의 첫 시험대가 될 거예요.
- 원문: 연합뉴스 — AI챗봇 유해콘텐츠 신고 64% ‘검토 중’…최장 494일 방치 논란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10-08 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