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정부종합청사 7층, 한 공무원이 업무용 PC 앞에서 깜짝 놀랐다. “기획서 써줘”라고 입력했더니 한컴오피스가 저절로 목차를 짜고 초안까지 뽑아낸 것이다. 이 장면이 곧 현실이 된다.
한글과컴퓨터와 LG AI연구원이 22일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LG가 개발한 생성 AI ‘챗엑사원(ChatEXAONE)’에 한컴의 AI 에이전트와 문서 작성 기술을 통합한다는 내용이다. 한컴이 1,800만 명이 쓰는 한글 문서 생태계 위에 AI를 얹고, LG가 챗엑사원의 언어 추론 능력으로 그 엔진을 제공하는 구조다.
쉽게 말하면, 한컴오피스 안에 ‘문서 써주는 AI 비서’가 들어앉는 셈이다. “AI 기본법령 요약 보고서 만들어줘”라고 말하면 관련 법령을 찾아 초안을 뽑아주고, 수치가 필요한 부분은 내부 데이터베이스에서 자동으로 불러온다. 한컴이 공개한 데모에서는 20쪽 분량의 제안서 초안을 약 2분 만에 완성했다.
두 회사가 노리는 건 다름 아닌 공공 AI 조달 시장이다. 국내 공공부문 오피스 소프트웨어 시장은 연간 약 5,000억 원 규모. 정부는 올해 AI기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공 발주 시 AI 솔루션 우선 검토(AI 확인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라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컴은 이미 중앙부처·지자체·교육청에 한컴오피스를 공급 중이므로, 여기에 AI 문서 에이전트가 기본 탑재되면 전환 비용 없이 100만 공무원이 챗엑사원을 쓰게 되는 그림이다.
LG AI연구원 입장에서도 의미가 크다. 챗엑사원은 엑사원 4.5 기반의 오픈웨이트 모델로, 이미지와 텍스트를 동시에 추론하는 멀티모달 성능이 강점이다. 하지만 아직 대중적인 접점은 부족했는데, 한컴이라는 유통 채널을 확보하며 본격적인 B2G(기업-정부 간 거래) 확장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업계에선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가 검색, 카카오 카나나가 메신저라면, LG 엑사원은 문서 생산성에서 차별화를 시도하는 구도”라고 분석한다.
다만 공공 조달은 까다롭다. 보안 인증, 온프레미스 설치, 개인정보 비식별 처리 등 요구 조건이 많다. 한컴 측은 “챗엑사원을 내부 서버에 설치하는 온프레미스 버전을 상반기 중 출시하고, 국가정보원 보안 인증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력에는 한컴의 모회사인 한컴그룹의 AI 자회사 한컴프론티스도 참여한다. 문서 요약·서식 자동 분류·민원 분석 등 공공 특화 AI 모듈을 패키지로 묶어 ‘AI 문서 자동화 번들’로 판매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지방자치단체 3곳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을 시작하고, 2027년부터 전면 상용화에 들어간다는 로드맵이다.
공공 문서 시장에 AI가 진입하는 건 처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코파일럿으로 정부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한컴-LG 연합은 ‘한글’이라는 국내 공문서 표준 포맷을 무기로 삼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정부 기관 문서의 90% 이상이 HWP 포맷으로 유통되는 현실에서, MS 워드 기반 AI보다 호환성 경쟁력이 크다.
공무원의 ‘문서 지옥’이 조금은 가벼워질지, 하반기 시범 사업 결과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원문: AI타임스 — 한컴·LG AI연구원, ‘챗엑사원’ 앞세워 공공시장 공략 나선다
- 보조: 머니투데이 — 한컴 AI 에이전트, LG ‘챗엑사원’ 들어간다…공공 AI 시장 동맹 강화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5-22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