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컨벤션센터. OCP(오픈컴퓨트프로젝트) 글로벌 서밋 무대에 삼성전자 심호준 DS부문 메모리사업부 AE팀 상무가 올랐습니다. 그가 던진 화두는 ‘더 빠른 메모리’가 아니라 ‘AI가 다룰 데이터를 어떻게 담고 얼마나 오래 지킬 것이냐’였어요.

속도 다음에 온 세 가지 질문
삼성전자가 이 행사에서 속도와 확장성, 영속성에 초점을 맞춘 새 메모리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AI 모델이 대형화하고 추론 과정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와 KV캐시(임시저장 키값) 용량이 급증하면서, 메모리 대역폭만으로는 감당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깔려 있죠.
속도 축에서는 최첨단 HBM5와 맞춤형 HBM, 연산칩 위에 메모리를 적층하는 zHBM, 간단한 연산을 메모리 안에서 처리하는 PIM이 준비됐습니다. 확장성 축에는 AI 가속기와 메모리를 효율적으로 잇는 CXL과, 이를 활용한 메모리 모듈 CMM-D 기반 기술이 들어갑니다. 영속성 축은 차세대 기업용 SSD 등 최신 스토리지로 대규모 AI 데이터의 저장 성능과 용량을 끌어올리는 방향이에요.
이를 메모리라는 ‘책상’에 견주면 이해가 빠르거든요. 지금까지는 책상을 넓히는(대역폭)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서류를 더 많이 쌓아두고(용량) 함부로 버리지 않는(영속성) 능력까지 함께 봐야 하는 셈이죠. 삼성전자는 행사 전시 공간에 HBM5 모형과 웨이퍼 등을 내걸어 세 축을 눈으로 보여줬습니다.
숫자로 보는 삼성의 자리
시장조사업체 수치도 배경을 뒷받침합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 39%, 낸드 시장 29.3% 점유율로 각각 1위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삼성의 올해 D램 생산능력을 300㎜ 웨이퍼 기준 약 817만5천 장으로 추정했는데, SK하이닉스(666만 장)와 마이크론(360만 장)을 크게 앞서죠.
업계 시선도 움직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AMD와 CXL 기반 메모리 확장 설루션을 공동 시연할 예정인데,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방한해 삼성전자를 찾는 등 양사 교류가 잇따르고 있어요. 업계에서는 “메모리 용량 한계를 시스템 차원에서 보완하는 게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심 상무도 글로벌 고객·파트너사와 개발 초기부터 공동 설계와 기술 검증 협력을 넓히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삼성전자가 내세운 세 축은 결국 AI 인프라의 병목을 어디서 풀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추론 모델이 커질수록 메모리 대역폭뿐 아니라 용량과 저장 수명이 함께 발목을 잡는데, 삼성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겨냥해 단품이 아닌 조합으로 승부하겠다는 그림을 내놓은 셈이죠. 생산능력에서 경쟁사를 앞선다는 점도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카드로 작용합니다. OCP 글로벌 서밋은 전 세계 IT·반도체·서버·데이터센터 기업이 모여 개방형 하드웨어 표준과 AI 인프라 혁신 방향을 논의하는 연례 행사라, 이 무대에서 전략을 공개한 것 자체가 고객사에 보내는 신호입니다.
이번 변화는 한국 반도체가 ‘속도 경쟁’에서 ‘시스템 경쟁’으로 축을 옮기고 있다는 신호로 읽혀요. HBM 단품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 가속기·스토리지·소프트웨어까지 묶어 AI 인프라 전체를 설계하는 쪽으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거든요. 여기서 앞서면 단가 협상력은 물론 고객 락인까지 함께 가져가게 됩니다.
관전 포인트는 HBM5의 실제 양산 시점과 고객 확정, 그리고 CXL 생태계에서 삼성이 얼마나 많은 파트너를 먼저 확보하느냐예요. 다음 분기 OCP 후속 발표와 AMD와의 공동 제품 일정이 이 구도를 가를 전망입니다. AI 인프라 경쟁의 무게중심이 메모리로 넘어오는 흐름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원문: 연합뉴스 — 삼성전자, 새 메모리 전략 공개…속도·확장성·영속성 초점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10-13 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