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도심 도로에 흰색 전기차 한 대가 지붕 위에 검은 센서 모듈을 얹은 채 모습을 드러냈어요. 차체 앞쪽에는 LG이노텍의 붉은 로고와 미국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의 이름이 나란히 붙어 있죠. 자율주행차의 눈을 만드는 회사가 이제 그 눈이 볼 세상을 직접 수집하러 도로로 나온 겁니다.
LG이노텍은 29일 어플라이드 인튜이션과 손잡고 국내에서 자율주행 센싱 데이터 수집 차량을 운행한다고 밝혔다. 우선 서울·인천·경기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행을 시작하고, 2028년까지 데이터 수집 차량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차량을 합쳐 약 20대 규모의 플릿으로 늘린다는 계획이에요.
카메라·레이더·라이다를 한꺼번에
이 차량의 임무는 도로 위 정보를 최대한 많이 긁어모으는 겁니다. 주행 중 모은 데이터를 가공하면 도로 상황, 차량 움직임, 객체 위치, 날씨 변화까지 센서가 인식한 정보가 고스란히 남거든요. 자율주행차가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째로 기록해 오는 셈이죠.
LG이노텍이 미는 기술은 센서 퓨전입니다. 카메라가 색과 모양을 읽고, 레이더가 거리와 속도를 재고, 라이다가 정밀한 3차원 공간 정보를 그리면 이 셋을 겹쳐 보정해 주변을 더 정확하게 인식하는 방식이에요. 센서를 따로따로 잘 만드는 일과 서로 다른 센서의 정보를 한 몸처럼 맞물리게 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거든요.
폭우 속 검은 차량, 그 구멍을 메운다
관건은 엣지 케이스입니다. 폭우가 쏟아지거나 검은색 차량이 앞을 가로지르는 식의 예외 상황에서 인식 성능이 뚝 떨어지는 문제죠. 실주행 데이터는 바로 그 구멍을 메우는 재료입니다. LG이노텍은 수집한 데이터를 가상환경과 결합해 센서 개별 성능을 다듬고 시스템 전체를 검증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에요.
파트너십의 밑그림은 이미 그려져 있었습니다. LG이노텍은 올해 어플라이드 인튜이션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고, 카카오모빌리티와도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죠. 아마존의 자율주행 자회사 죽스(Zoox) 로보택시에 차량용 카메라 모듈을 양산 공급한 것도 같은 흐름의 연장선입니다. 부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에서, 센싱 데이터를 쌓아 소프트웨어 검증까지 맡는 회사로 역할을 넓히는 셈이에요.
역할 분담도 분명합니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검증하는 도구를 만드는 실리콘밸리 기업으로, 완성차와 자율주행 기업들이 가상환경에서 주행 시나리오를 돌려볼 때 쓰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LG이노텍의 센서와 실주행 데이터가 얹히면, 실제 도로에서 모은 데이터를 그대로 시뮬레이션에 밀어 넣어 검증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3개 권역, 20대, 2028년
숫자로 계획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시작은 서울·인천·경기 3개 권역, 목표 시점은 2028년, 규모는 약 20대. 차량 한 대가 하루에 남기는 주행 데이터가 수백 기가바이트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상당한 양의 실도로 데이터가 쌓이는 셈입니다. 회사가 자율주행 센싱 솔루션 매출을 2030년까지 2조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밝혀 온 만큼, 이번 플릿은 그 목표를 받치는 기반 자료가 됩니다.
국내 도로를 첫 무대로 택한 것도 계산된 선택으로 보입니다. 좁은 골목과 잦은 차선 변경, 계절별 폭우와 폭설까지 겹치는 환경은 자율주행 시스템에 까다로운 시험장으로 꼽히거든요. 이런 조건에서 모은 데이터는 해외 완성차와 자율주행 기업에도 드문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센서 단품 공급을 넘어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검증 역량까지 갖추는 것이 자율주행 부품 수주 경쟁의 핵심이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카메라·레이더·라이다를 한꺼번에 다루는 복합 센싱 설루션에 실주행 데이터를 더하면 경쟁사 설루션과의 격차를 벌리는 무기가 된다는 겁니다.
이번 변화는 자율주행 부품 경쟁의 무게중심이 스펙에서 데이터로 옮겨간다는 신호로 읽혀요. 센서 성능표에 적힌 숫자보다 실제 도로에서 어떤 예외 상황을 얼마나 많이 겪고 학습했는지가 수주를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는 뜻이죠. 국내 도로에서 쌓인 데이터가 해외 완성차와 자율주행 기업을 설득하는 자료가 될 수 있을지, 2028년 20대 플릿이 어디까지 확장되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입니다.
원문: 연합뉴스 — LG이노텍, 국내서 자율주행 센싱 데이터 수집 차량 운행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9-29 09:10